김현숙 시인(뿌리) / 수덕여관
흰 구름이 둥둥 떠도는 수덕사 푸른 하늘 아래 세월을 비껴가지 못하고 남아 있는 초가 한 채 선명한 목판 간판엔 수덕여관이라 새겨 있네 그 누가 와서 묵고 갔을까 여승이 사는 이 산속에 지나가는 나그네가 창호지에 남긴 달그림자는 풍채 좋은 선비였거나 짚신에 괴나리봇짐 지고 온 애송이 같은 과객인지도 모른다 고래 등 같은 사찰마다 곱게 단장한 처마의 단청이 수덕사 여승의 아미보다 어여쁠까만 속세를 등진 모진 불심은 절간을 가득 채우고도 남는다 잠시 머물다간 수덕여관 마당에 오늘은 또 누가 오시려는 지 개울 옆 커다란 나뭇가지에서 까치 한 마리가 깍깍 울고 있다.
김현숙 시인(뿌리) / 왜목마을에서
누가 다녀갔을까 이 넓은 모래밭에 수없이 남기고간 발자국 파도에 씻긴 발자국은 쉽사리 지워지겠지만 내 마음에 새긴 발자국은 영원히 각인 되리라 왜가리가 많아서 바다 입새에 왜가리 목을 우뚝 세웠을까? 그 날은 왜가리 한 마리 날지를 않고 먼 바다에 하얀 돛단배만 파도를 타고 있는데 떠나지 못하는 내 마음이 괜스레 내 발목을 잡는구나 먼 바다로 날아간 왜가리는 언제나 훨훨 돌아오려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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