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영서 시인 / 푸른 손
손 하나 들이밀고 시집 왔니라 너로 허먼 시할애빈디 내게는 영 마뜩찮은 분이었제 아무렴, 글만 아는 집안이래두 풀 한 포기에 베인 손이 물 한 방울 안 묻히고 열흘을 가야? 논으로 밭으로 내달리다 흰 쌀밥 고봉으로 퍼드리먼 에미 손은 머슴손이어, 오장이 뒤틀리게 사무쳤니라 마당 한 귀퉁이 무쇠솥이 끓는데 어머닌 행주도 대지 않은 손으로 뚜껑을 열고 뜨건 물을 푹푹 퍼 나르시네
-『경북매일/이성혁의 열린 시세상』
고영서 시인 / 됴화(桃花)
됴화, 하고 부르면 좋아진다
물큰한 살냄새를 풍기며 애인이 저만치서 다가오는 것만 같고 염문 같고 뜬구름 같은
해서는 안 될 사랑이 있다더냐
농익은 과육의 즙을 흘리며 팔순 노파가 황도를 먹는다 분홍빛 입술 주름이 펼쳐졌다, 오므려지는 사이
공무도하(公無渡河) 공경도하(公竟渡河)*
부르면 또 금방이라도 서러워지는 이름
* 공후인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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