윤중목 시인 / 나의 기도
처음으로 여인의 벗은 몸을 만졌을 때처럼 처음으로 파도치는 바다를 보았을 때처럼 처음으로 백범일지를 읽었을 때처럼
다시금 심장의 고동소리가 듣고 싶다 매순간 제발 두근대다 살고 싶다
윤중목 시인 / 약속
그대 떠나는 빈자리에 우리 한 그루 나무를 심자. 센바람에 빛 고운 꿈을 가슴 속 깊이 싶어 간직하자. 그래서 그대 돌아올 먼 날, 궁근 땅에도 잎새 우거진 그 늠름한 나무를 노래부르자. 푸르러진 가슴을 열어 우리 못다 한 꿈을 다시 피우자.
윤중목 시인 / 대설大雪
땅 위에 곤두선 모든 숨붙이들아 하늘의 명령이다 무장해제하라
윤중목 시인 / 커피 한 잔
펄시스터즈라고 옛날에 듀엣 자매가수가 있었는데요 언니는 동아건설 최 회장님의 부인이 되셨고요 지금으로 치자면 아이돌 걸그룹인 셈이었는데요 근데 초대형 히트곡이 〈커피 한 잔〉이었는데요 신중현 씨가 작곡 작사 다 한 노래였구요 커피 한 잔을 시켜놓고 그대 오기를 기다려봐도 웬일인지 오지를 않네 내 속을 태우는구려 뭐 이런 가사였는데요 기다림이란 게 데이트하는 거면 설렘이라도 있지요 이게 철석같이 입금하기로 한 돈 기다릴 때는요 그거 받자마자 나도 딴 데 당장 부쳐야 하는데 아 얼마 되도 않는 거 이 시간까지 안 보내고 뭘 하고 자빠진 건지 만만한 NH농협 인터넷뱅킹만요 들어가봤다 들어가봤다 또 들어가봤다 잔액은 달랑 그대로 변동 없구요 노트북 바짝 더 끌어댕겨서 들어가봤다 들어가봤다 또 들어가봤다 채신머리없이 연방 연신 그래봐도요 웬일인지 돈 아직 오지를 않네 이거 정말 내 속을 태우는구려 커피보다 열 배는 더 쓰게요 스무 배 서른 배는 더 쓰리게요 웬일인지 돈 아직 오지를 않네 이거 정말 내 속을 태우는구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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