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홍관 시인 / 별을 기다리며
오늘도 먼지처럼 날아다니는 하루살이 따라 해가 진다.
지구에 올 때 화진포의 청둥오리나 선유도의 산나리꽃으로 태어났더라면 이렇게 무거운 짐은 없었으련만
내가 어느 별에서 왔는지 이제 기억도 나지 않고 다시 돌아갈 희망도 없다
그래 지구에 내려서 행복했던 순간도 없진 않았지
해가 다시 떠오르지 않는다 해도 여전히 나는 고통 속에서도 기쁘게 살아갈 것이다
서홍관 시인 / 달랑게
비오는 바닷가에서는 우산이 없어도 좋았다
모래사장에는 비를 맞으며 달랑게들이 집을 짓더니
집집마다 들어가 등불을 켜고 모래 속에 만든 안식처를 찾아줄 귀한 손님을 기다린다
서홍관 시인 / 새가 떠난 자리
외로워서 숲에 들어와 낙엽되어 앉아 있을 때
맑은 눈 맞추며 앉아 있던 박새
포르릉 떠나버린 나뭇가지
만져보니 따뜻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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