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혜천 시인 / 세 번째 시간
태어나 죽는 것이 시간이라면 창조에서 시작되어 심판 날에 멈춘다면 절망이겠다 슬픔이겠다 시간의 터전은 마음 원운동을 하듯 현재를 살면서 기억 속에 어제가 있고 기대 속에 미래가 있다 참 마음은 천만겁이 지나도 옛 이 아니며 아직 다가오지 않은 만년의 미래가 곧 현재라 했던 함허 득통의 일갈처럼
시간은 실체가 아니어서 뛰어넘을 수 있다 관계 속에서 일상적이고 어제와 내일이 오늘로 모아진다
순간(점)이 늘어나면서 직선으로 나아가지만 밑바닥이 뚫려 있어 확장하면서 거기서 서로 뒤엉켜 끝없이 현재로 태어난다
반복적인 순환 속에서 순간이 부화하여 얼굴이 되고 새롭게 새롭게 흐르는 역동적인 공간
정지된 공간에서도 흐름이 있어 순간은 영원 속에 포함된다 두 영역이 뒤섞이는 영원의 지금
시간은 날마다 새로운 전환의 장이며 오염된 마음이 바뀌는 장이고 무한의 세계, 시공간의 또 다른 이름이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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