강창민 시인 / 기도를 위한 시
맘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기도가 무슨 소용 있으랴 강가에 홀로 떠 있는 고깃배 어부가 없으면 떠나지 못한다. 수초 속에서 낚시를 기다리는 은빛 물고기들 아침은 물살 위에 흘러가고 빈 배는 강둑 근처에서 서성거린다
기도 속에 들어가지 않으면 그 말이 무슨 소용 있으랴 배는 헛되이 맴돌다가 어둠 속에 묻힌다. 물 위로 걸어가는 이 보이지 않고 물 아래 그림자만 젖어 있다. 물안개 강을 덮어 저 건너편에 빛난 곳 다만 희미할 뿐
그대 안에 있지 않으면 말이나 기도가 무슨 소용 있으랴 말이나 기도 속에는 참 기쁨이 없으므로 무섭게 바람 불면 무섭고 생명줄 손끝에서 번번이 놓치리니 빈 배는 늘 비어 있고 어둠은 때맞추어 찾아올 뿐. 그대 안에 있지 않으면 배도, 어둠도 그저 풍경으로 짙어지리라
-시집 <작은 풀꽃처럼 주저앉아> 중에서
강창민 시인 / 너는 이제
너는 이제 무서워 하지 않아도 된다. 가난도 고독도 그 어떤 눈길도
너는 이제 부끄러워하지 않아도 된다. 조그마한 안정을 얻기 위하여 견디어 온 모든 타협을.
고요히 누워서 네가 지금 가는 곳에는 너같이 순한 사람들과 이제는 순할 수밖에 없는 사람들이 다 같이 잠들어 있다.
강창민 시인 / 너
눈보라 헤치며 날아와
눈 쌓이는 가지에 나래를 털고
그저 얼마동안 앉아 있다가
깃털 하나 아니 떨구고
아득한 눈 속으로 사라져 가는 너
강창민 시인 / 꽃씨와 도둑
마당에 꽃이 많이 피었구나
방에는 책들만 있구나
가을에 와서 꽃씨나 가져가야지 사라져 가는 너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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