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상옥 시인 / 미켈란젤로
당신은 어떻게 피에타 상이나 다비드 상 같은 훌륭한 조각상을 만들 수 있었습니까 당신은 정말 위대한 예술가에요
아니에요 신이 꼭 필요한 사람에게 보내는 선물을 배달하는 심마니와 다를 바 없어요 숨어 있는 산삼을 찾아서 잔뿌리 하나도 다치지 않게 정성껏 파내듯이, 대리석 속에 숨어 있는 조각상을 정이나 쇠망치로 손상 없이 꺼내주었을 뿐이에요
나도 택배꾼일 뿐이에요
이상옥 시인 / 제물祭物
나는 생각한다 침대는 제단이고 나는 제물이라고
하루 온갖 오물로 탁한 의식 밤새 말갛게 가라앉아 맑디맑은 신새벽에 나는 가장 정결한 영혼 하늘에 바쳐져도 좋을
이상옥 시인 / 나무
나무 아래 누워 이파리들을 본다
푸르고 무성하게만 보이던 잎들 하나하나 온전한 게 없다
작은 구멍이며 바래지고 오그라든 면면
무심히 보면 온전한 것 같아도 상처투성이 몸
그래도 잠잠하다
이상옥 시인 / 별
어머니 아직 주무시지 못하신다
아직 세상살이 서툰 아들 빤히 지켜보신다
이상옥 시인 / 오빠였던 나
극히 평범한 예술관을 지녔던, 비범한 화가 박수근은 향년 51세
벌써 54세의 평범한 시인은
비범했지만 평범했던 향년 51세 이영옥의 오빠였다
-시집 <그리운 외뿔> 2011 문학세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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