선정주 시인 / 겨울 사유상(思惟像)
겨울나무를 대하며 冬眠한다고 하였나
입가엔가 눈가엔가 미소는 띠지 않았을 뿐
찬바람 혹한을 견디며 깊은 思惟에 든 것을
한 소식을 들었다 함은 참 안이한 解法이다
엄동의 눈바람이 에이고 파고들수록
表皮가 감싸고 감싸 응결이 되는 思惟
이다지 越冬이 길어 숨이 얼어붙을 것 같네
아무도 손 내밀어 체온을 나누지 않고
혼자서 하늘을 바라며 産日을 채우는 나무.
-새시대시조 2006년 여름호
선정주 시인 / 손질
추위를 견디게 한 투박한 한 벌 겨울 옷 내 육신만이 아닌 목숨을 지킨 것이니 어쩌면 배어있는 체취 혼백이라 아니 하리. 시련의 날에 정인도 변하여 떠났지만 허물없이 파고 든 혼연일체였던 장막 날 받아 정히 손질하여 고향처럼 보리라.
선정주 시인 / 겨울 중량천
1 물이 경계를 범하면 천리 옥야(沃野)가 열리는 상고(上古)의 아침처럼 문명을 이지 않고 이제는 강이 감싸지 않아 메마르고 있는 도회.
2 꿈 많던 소년시절 생각해 낼 수 없는 아무렇게 찢어 놓은 종이같은 구름에 마지막 빛을 남기고 도회 너머로 노을이 지고 있을 뿐 중량천 잡초대궁 끝 몸을 낸 겨울 바람.
3 꽃도 몰랐거니와 지성도 미치지 못한 사진기를든 소녀 몇이 겨울과 겨울 사이, 이상나동을 맞추어 운치를 찍어내고 아무도 강을 내하여 계절을 묻지 않았다.
내 이 천변(川邊)에 흘러 와 질펀한 불멸을 보노니
우리가 바벨론의 여러 강변 거기 앉아서 시온을 기억하며 울었도다, 그 중의 버드나무에 우리가 우리의 수금을 걸었나니 이는 우리를 사로잡은 자기 거기서 우리에게 노래를 청하며 우리를 황폐케 한 자가 기쁨을 청하고 자기들을 위하여 시온 노래 중 하나를 노래하라 함이로다. 우리가 이방(異邦)에 있어서 어찌 여호아의 노래를 부를고, 예루살램아 내가 너를 잊을진대 내 오른 손이 그 방조(方操)를 잊을지로다 내가 예루살램을 기어지 아니 하거나 내가 너를 나의 제일 즐거워하는 것보다 지나치게 아니 할진대 내 혀가 내 입천장에 붙을 지로다.
용하다 제 노래 간수한 민족 도저한 강이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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