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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가톨릭 산책

성녀 로즈 필립핀 뒤셴 - 항상 기도하는 여인

by 파스칼바이런 2010. 3. 17.

[교황 요한 바오로 2세와 함께 읽는 성인전]

성녀 로즈 필립핀 뒤셴 - 항상 기도하는 여인

번역 송영웅 바오로(봉명학원 재단이사)

 

 

 

18세기의 미국은 문자 그대로 신대륙이었다.

로즈 필립핀 뒤셴(Rose-Philippine Duchesne, 1769-1852) 성인은 이러한 신대륙 미국에 신앙의 개척자로 온갖 역경을 감수하면서 하느님의 사랑을 증거한 여인이었다.

성인은 1769년 8월 29일 프랑스의 그르노블(Grenoble)에서 태어났는데 아버지 피에르 프랑수아 뒤셴(Pierre Francois Duchesne)은 저명한 법률가였고 어머니는 프랑스에서도 존경받는 가문의 딸이었다.

어머니의 가문은 1894년 프랑스 대통령이 된 카시미르 페리에(Casimir Perier)의 선조가 되는 분들이었다.

 

수도자 성소를 간절히 바랐던 뒤셴 성인은 17세가 되었을 때 성 마리아 방문 수도회(Institut de la Visitation Sainte-Marie)에 입회하였다.

그러나 당시 프랑스 전역을 휩쓸었던 프랑스 대혁명의 거센 불길이 수도원에도 미쳐 수도원이 약탈당하는 참상을 그녀는 직접 목격하였다.

수도원이 폐쇄되자 그녀는 집으로 돌아왔다. 프랑스 대혁명이 종식되자 뒤셴 성인은 성 마리아 방문 수도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려는 희망을 품고 수도원으로 돌아갔다.

그러나 수도원을 다시 일으켜 세우는 것이 거의 불가능에 가까움을 깨닫고 마들렌 소피 바라(Madeleine Sophie Barat, 1779-1865) 수녀를 초청하여 수도원을 인계하겠다며 몇 가지 제안을 하였다.

그러나 소피 바라 수녀는 뒤셴 성인이 원하는 방식으로는 수도원을 일으켜 세우는 것이 어렵다는 것을 알고 이를 정중하게 거절하였다.

 

프랑스 대혁명 기간 동안 교회는 참으로 극심한 박해를 받았다.

그러나 그런 시련의 시기에서도 뒤셴 성인은 뛰어난 용기와 확고한 신념을 가지고 신앙심이 깊은 그리스도인으로 의연하게 대처하였다.

성 마리아 방문 수도회에서 집으로 돌아갈 당시 프랑스는 반종교적인 군중들이 폭력으로 성직자들에게 위해를 가하였고 정치적인 이유로 수감되는 사람들이 많았다.

성인은 이들을 보호하기 위하여 피난처를 제공하고 성심껏 돌보아 주었다.

 

소피 바라 수녀는 뒤셴 성인의 영적인 성숙함과 위기 상황에서 보인 뛰어난 용기에 감명을 받아 그녀를 성심 수녀회(Society of the Sacred Heart) 회원으로 초대하였다.

1804년 12월 31일 뒤셴 성인은 성심 수녀회 수녀로 서원을 하였다.

창설된 지 얼마 되지 않은 수도회에서 그녀는 즉시 탁월한 지도력과 너그러운 관용의 덕으로 동료 수녀들로부터 존경을 받았다.

 

1818년 뒤셴 성인이 49세가 되던 해에 뒤셴 성인은 4명의 동료 수녀들과 함께 미국으로 파견되었다.

뉴올리언스(New Orleans) 교구의 루이 뒤부르(Louis Dubourg) 주교는 그녀의 일행을 따뜻하게 맞아주었다.

뒤셴 성인은 영어를 못하였지만 미주리(Missouri) 주의 세인트찰스(St. Charles)에 학교를 세웠고 인디언들을 위한 학교와 고아원 그리고 성심수녀회 수련원을 건립하였다. 뒤셴 성인은 이 신생 대륙에 세워진 교회와 이곳에서 선교활동을 하는 사람들을 위하여 필요한 것은 희생임을 절실히 깨닫고 사람들에게 이렇게 말하였다.

"이곳에는 가난이 있고 또 그리스도인으로 살아가는 사람들의 영웅적인 삶이 있습니다. 우리가 겪는 수많은 시련들이야말로 이 땅에서 사목활동에 종사하는 성직자들에게 우리가 드릴 수 있는 고귀한 자산입니다."

 

뒤셴 성인이 인디언 보호구역인 포타와토미(Potawatomi)에 있을 때 그녀는 그 부족의 언어를 몰랐기 때문에 인디언들과 대화를 나누지는 못하였지만 인디언들은 그녀가 항상 기도하고 깊은 묵상에 잠겨 있는 것을 보면서 그녀를 존경하였다.

그래서 그 지방 인디언들은 뒤셴 성인을 '항상 기도하는 여인'이라고 불렀다.

 

뒤셴 성인은 자신이 미국에서 30년 이상 살면서 미국 교회를 위하여 많은 노고를 바쳐 일하였지만 그 성과가 미미한 것에 대하여 상당히 실망하고 마음 아파하였다.

그러나 모든 아픔을 하느님께 바쳐드리면서 묵묵히 학교와 자선 기관들을 세워 나갔다.

 

뒤셴 수녀는 1852년 11월 18일 미주리 주의 세인트 찰스에서 83세의 나이로 선종하였는데 사람들은 그녀를 추모하기 위하여 성당을 건립하고 수녀의 유해를 안치하였다.

그녀의 시복을 위한 절차가 진행되는 과정에서 1940년 시신을 발굴하였는데 놀랍게도 거의 90년 전에 매장된 시신이 전혀 부패하지 않은 상태로 있음을 알게 되었다.

그 덕분에 그녀의 진짜 모습을 사진으로 찍을 수 있었다.

 

1940년 5월 12일 교황 비오 12세는 뒤셴 수녀를 복자로 선포하였고 1988년 7월 3일 교황 요한 바오로 2세는 그녀를 성인으로 시성하였다.

시성식 강론에서 교황은 다음과 같이 말씀하였다.

 

"뒤셴 성인의 전 생애는 성체 안에 계시는 예수님에 대한 사랑으로 완전하게 변화하였고 믿음이 더욱 깊어졌습니다.

성체 앞에서 오랜 시간 동안 묵상하고 기도하는 동안 그녀는 끊임없이 하느님의 현존 안에서 살아가는 법을 배웠습니다. … 뒤셴 원장이 가난한 사람들과 사회에서 소외된 사람들을 전적으로 선택하고 그들을 위해 헌신한 것은 그녀가 몸담고 있던 성심 수도회는 물론이고 이 시대를 살아가는 모든 수도자들에게 영감을 주는 매우 역동적인 원천이 되었습니다. … 그 어떤 사람과도 비교할 수 없는 이분의 탁월한 모범은 그리스도를 따르는 모든 제자들에게, 특히 저개발 지역에 살고 있는 모든 사람들에게 큰 용기와 희망을 줍니다. … 위대한 개척자인 수녀님은 선교사로서 탁월한 용덕을 갖추고 하느님 사랑의 불길에서 타오르는 사랑의 눈길로 미래를 내다보면서 일하였습니다."

로즈 필립핀 뒤셴 성인의 축일은 11월 18일이다.

 


 

축일 11월 18일 성녀 로사 필리피나 뒤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