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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좋은글 모음>/◇ 좋은글모음(1)

만공스님 이야기(4)

by 파스칼바이런 2014. 2. 10.

만공스님 이야기(4)

 

 

 

만공 스님과 의친왕, 두 사람은 밤늦도록 어울려 술을 마셨다. 만공은 술도 고기도, 그 어느 것도 사양치 않았다. 기생이 술을 따라주면 이를 받아먹고 기생이 가까이 다가와 앉으면 그 손을 잡아 보고 옷섶에 손을 넣어 가슴을 쓰다듬어보기도 하였다.

일행 중의 한 사람이 이러한 만공의, 스님으로서의 행동을 다소 못마땅히 여겨 힐난하듯 물었다.

 

"부처님은 살생을 경계하였는데 어찌하여 스님은 고기를 먹습니까."

 

그러자 만공은 술한잔을 더 마시고, 고기 한 점을 더 먹고 나서 한참을 묵묵히 앉아 있다 입을 열어 말하였다.

 

"다시 진묵 대사의 이야기요. 한번은 대사께서 길을 가다가 여러 사람들이 천렵을 하여 시냇가에서 물고기를 끓이는 것을 보시었소. 대사께서는 끓는 솥 안을 들여다보고 탄식하며 말씀하셨소. '발랄한 물고기가 아무런 죄도 없이 가마솥 안에서 삶겨 죽는 괴로움을 당하는구나.'

 

이에 한 사람이 희롱하여 말하였소.

"선사께오서는 이 고깃국을 드시겠습니까."

 

그러자 대사가  '나야 잘 먹지'하고 대답하였소.

 

그러자 사람들은 '그러하면 저 고기들을 다 드십시오'하고 말하였소. 그러자 대사께서는 솥 째 들어 입에 대고 순식간에 남김없이 다 마셔버렸소.

 

이에 사람들은 놀라서 다음과 같이 물어 말하였소.

'부처님은 살생을 경계하셨는데 이제 고깃국을 마셨으니 어찌 중이라 할 수 있겠습니까.'라고"

 

만공은 자신에게 스님이 어찌 고기를 먹을 수 있겠습니까, 하고 못마땅하게 물었던 사람을 똑바로 바라보면서 말을 이었다.

 

"진묵 대사가 일찍이 그에 합당한 답변을 해주시었소.

 

대사가 말씀하시기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니지만 살리는 길은 내게 있다'하고는 옷을 벗고 물에 등을 돌려 똥을 누었지. 그러자 죽었던 물고기들이 살아서 쏟아져 나오는데  번쩍번쩍 비늘이 빛나고 어지러이 물 속을 뛰놀았소. 대사께오서는 돌아보고 물고기에게 이르기를 '발랄한 물고기들은 이제부터 멀리 강해(江海)로 가서 놀되 미끼를 탐하다가 다시는 가마솥에 삶겨 죽는 고통을 당하지 않도록 조심하라'고 말하였소."

 

만공은 말을 끊고 단숨에 술을 들이켜고 껄껄 웃으면서 말하였다.

 

"진묵 대사의 말대로 이 고기를 죽인 것은 내가 아닌 그대들이지만 이 고기를 살리는 방법이 내게 있소."

 

 

만공은 천천히 일어나 승복을 벗기 시작하였다. 가만히 보자니 그대로 내버려두면 바지를 벗고 그가 말한 진묵 대사의 고사대로 술상 위에 올라가 그 자리에서 똥을 누기 시작할 판이라 의친왕이 그를 만류하고 화제를 돌리기 위해서 다소 짓궂은 질문을 하였다.

 

"좋소이다. 그러하면 좀 전에 스님께서는 기생의 손을 어루만지고 저고리 섶 사이로 손을 넣어 계집의 겨드랑이를 간지럽히고 젖가슴을 어루만지셨거늘 이 또한 부처님이 말씀하신 불사음(不邪淫)의 오계를 범하시었소. 부처께오서 뱀의 아가리에 너의 근(根)을 넣을지언정 계집의 구멍 속에는 집어넣지 말라'고 말씀하셨거늘 어찌하여 스님께서는 여인의 가슴을 어루만지고 색을 가까이하셨습니까."

 

그러자 만공은 묵묵부답이었다.

 

의친왕이 짓궂은 마음으로 다시 한번 찔러 물었다.

"입을 열어 답하지 않음은 말문이 막혀서 그렇습니까."

 

오랜 침묵 끝에 만공은 입을 열어 답하였다.

 

"옛 중국에 탄산(坦山)이란 선사가 있었습니다. 그가 하루는 도반인 선승과 여행을 하던 중 시냇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리 깊지는 않아 무릎까지 오는 냇물이라 바지를 걷고 물을 건너게 되었습니다. 그런데 강 중류에 이르렀을 때 등 뒤에서 비명소리가 들려왔습니다. 탄산과 선승은 동시에 돌아보았더니 웬 처녀가 물을 건너다 치마가 물에 젖어 넘어지게 되었던 것입니다. 이에 탄산이 곧 처녀의 곁으로 가서 덥석 등에 업고 냇가를 건너갔습니다. 그리고 건너편 냇가에 내려놓고는 '자, 안녕히 가십시오'하고 인사를 하였습니다.

 

처녀는 부끄러움에 황황히 도망치듯 사라져버렸는데 그 이후로도  한참을 걸어간 뒤끝에 선승이 불쑥 탄산에게 물었습니다.

 

'자네는 어째서 청정한 계율을 깨뜨렸나. 비구는 마땅히 색을 멀리하고 사음을 경계해야 하거늘 여인을 등에 업고 냇가를 건너다니.'

 

그러자 탄산은 무심히 대답했습니다.

 

'아, 그 처녀 말인가. 나는 벌써 등에서 내려놓았는데 자네는 이 먼 길을 걸어오도록 그 처녀를 아직껏 등에 업고 있었단 말인가."

 

만공은 의친왕을 똑바로 쳐다보았다.

"마마께오서는 아직도 기녀의 손을 잡고 옷섶 속에 손을 넣어 가슴을 어루만져 희롱하고 계십니까. 소승은 기녀의 손을 놓은 지 오래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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