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의자의 성모 / 라파엘로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18.
의자의 성모 (Madonna della Seggiola, 1514)

 

의자의 성모 (Madonna della Seggiola, 1514)

라파엘로(Raffaello Sanzio, 1483-1520)

 

지영현 신부 (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

 

<의자의 성모>는 성모님의 우아하고 자비로운 모습뿐만 아니라 인간적이고 이국적인 매력을 보여주는 라파엘로의 걸작입니다. 둥근 화면만큼이나 부드럽게 처리된 인물의 윤곽선과 성모님의 단아하고도 그윽한 눈길이 이 작품을 더 없이 평화롭고 따사로이 느끼게 합니다. 이 그림은 길을 지나던 라파엘로가 한 모자의 다정한 모습에 반해 그 자리에서 그리려는데 마침 화판이 없어서 옆에 있던 술독의 둥근 뚜껑에 스케치를 해서 원형화가 되었다고 전해집니다.

 

캔버스 안에는 인물들이 가득 차 있지만 전혀 답답하게 보이지 않습니다. 의자 깊숙이 앉아 아기 예수를 다정히 안고 있는 성모님은 그 당당한 눈길이 인상적입니다. 털옷을 입고 뒤로 물러나 성모자를 바라보는 아기 세례자 요한은 훗날 세 사람이 겪어야 할 수난을 예고합니다.

 

오른쪽으로 붓질된 아기 예수의 노란 옷은 그 반대 방향으로 붓질된 마리아의 두건과 대조되며 생동감을 더합니다. '하늘의 여왕'을 상징하는 성모님의 푸른 천을 아기 예수가 깔고 앉은 모습 역시 이 작품을 보다 인간적으로 보이게 하는 부분입니다. 색상의 처리 또한 놀라워서 화면 중심의 아기 예수가 입은 황금빛 의상은 마리아의 어깨에 두른 초록색 숄과 대비를 이루고, 마리아의 붉은 옷도 이에 뒤질세라 강렬한 빛을 발합니다. 차갑고 따뜻한 느낌의 색이 서로 교차되면서 화면 전체에 활력을 불어넣습니다.

 

아무도 움직이고 있지 않지만 역동성이 느껴지는 이 그림에서 유일하게 정지되어 있는 것이 바로 의자 등받이입니다. 교황 율리우스 2세의 방에서 사용한 것과 동일한 종류로 밝혀진 이 의자는, 이들이 천상이 아닌 지상에 존재함을 확인시켜줍니다. 아울러 화면 전체의 중심을 잡아주는 역할도 합니다. 정(靜) 가운데 동(動)을 표현하고, 성스러움 가운데 세속의 미를 살려내는 라파엘로 예술의 진수를 보여주는 작품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