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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피에타(Pieta, 1495) / 산드로 보티첼리

by 파스칼바이런 2011. 11. 20.
피에타(Pieta, 1495) / 산드로 보티첼리

 

피에타(Pieta, 1495) / 산드로 보티첼리

(Sandro Botticelli, 1445-1510)

 

지영현 신부(가톨릭회관 평화화랑 관장)

 

그리스도교 미술에서 성모 마리아가, 죽은 예수를 무릎에 안고 있는 모습을 ‘피에타’라고 합니다. 피에타란 이탈리아어로, ‘경건한 마음’이라는 뜻이며, ‘신이여 불쌍히 여기소서.’라고 기도할 때 사용했던 단어입니다.

산드로 보티첼리의 <피에타>는 슬픔에 못 이겨 거의 실신 상태에 처해 있는 성모 마리아의 모습이 가슴 깊이 와 닿습니다. 이 그림을 보면, 예수의 죽음을 슬퍼하는 마리아의 울음과 탄식의 소리가 들리는 듯합니다. 그리고 마리아의 양옆에 서있는 두 인물들은 서로 대칭을 이루면서, 한 여인은 예수의 얼굴을 감싸고 또 한 여인은 그의 발에 자신의 얼굴을 가져다 대고 비비며 한없는 슬픔을 표현하고 있습니다. 탄탄한 구성이면서도 뭔가 소란스럽고, 산만한 것 같으면서도 질서정연한 보티첼리의 이 작품은, 신성함과 인간성이 뒤섞여 있는 하나의 드라마입니다.

 

‘자식은 부모가 죽으면 땅에 묻고, 부모는 자식이 죽으면 가슴에 묻는다.’는 말이 있습니다. 성모님도 마찬가지이셨을 것입니다. 당신이 아들의 고통과 죽음을 대신 지고 싶으셨을 것이고, 죽은 아들을 품에 안으며 하느님께 울부짖으셨을 지도 모릅니다. 이는 하느님의 뜻을 몰라서도 아니요, 아들 예수의 죽음의 의미를 이해하지 못했기 때문도 아닙니다. 그저 성모님은 한 사람의 어머니로서, 아들의 죽음을 받아들이기가 어려웠을 것입니다.

 

온갖 고통을 간직하신 성모님은 이제 아들의 죽음이라는 아픔까지도 가슴에 묻으신 채, 우리들이 슬픔에 겨워 흘리는 눈물을 닦아주십니다. 그분도 우리의 고통보다도 더한 고통을 인내하고 극복하신 분으로서 우리의 슬픔에 동참하시며 우리를 이렇게 위로해주십니다. “얼마나 힘들고 어려웠느냐? 나도 그렇게 힘들고 고통스러웠단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