예수 십자가에 못 박히심. 북러시아 화파. 16세기. 파리 국립미술관.
예수님이 십자가에 못박힌 장면의 묘사는 그리스도교가 전파되는 곳마다 각기 다른 모양으로 조각되거나 그려졌다. 서방교회는 주로 요한 복음의 수난사에 따라 그린 반면 동방교회에서는 성 요한 크리소스토모의 마태오 복음의 수난사에 대한 강론에서 영감을 받아 조직적이고 상징적으로 그렸다. 십자가에 달리신 예수를 중심으로 양 옆에는 마리아와 사도 요한이 서있으며, 그들 뒤에는 거룩한 부녀들과 백부장, 군인들, 그리고 바리사이파 사람들과 군중들이 등장한다.
그런데 마리아를 향해 숙여진 예수의 얼굴은 지극한 고통 중에도 고귀한 위엄과 평화를 지닌 표정을 짓고 계신다. 이는 하느님이시며 인간이신 그분의 몸은 죽음 안에서도 부패되지 않은 채 남아 있기 때문이다.
십자가 아래에는 골고타 동굴이 열려 있는데 이는 죽음과 지옥에 대한 예수의 승리를 상징한다. 이 동굴에는 아담의 해골이 보인다. 전승에 의하면 그리스도의 십자가는 그가 구원해야 될 인류의 조상인 아담의 무덤 위에 세워졌다고 전한다. 이것은 구약의 아담과 신약의 아담이 연결됨으로써, 죽음을 불러온 첫 아담이 둘째 아담이신 그리스도의 피로 구원 된 것을 표현한 것이다.
십자가의 배경을 이루고 있는 건축물은 예루살렘 성벽이다. 당시의 모든 죄인들과 마찬가지로 예수 역시 성벽 바깥쪽에서 고통을 받았다. 즉, 예수의 시신이 도시, 성전 그리고 박해자들을 불결하게 만들지 않도록 도시 밖에서 사형이 집행된 것이다.
이러한 묘사는 또한 영성적 진리를 표현하고 있다. 6세기 경부터 이런 그림을 그렸는데 이것은 그리스도께서 예루살렘 밖에서 수난하신 것처럼 이 땅 위에는 차지할 도성이 없고, 다만 앞으로 올 도성을 바라보고 있는 그리스도인들은 마음의 벽을 헐고 나아가 주님을 따라야 한다는 것이다.
히브리 13,12-13은 다음과 같이 말하고 있다. "이와 같이 예수께서도 당신의 피로 백성을 거룩하게 만드시려고 성문 밖에서 고난을 당하셨습니다, 그러므로 우리도 성문 밖으로 그분께 나아가 그분의 치욕을 겪읍시다."
그리고 그리스도의 팔이 달려 있는 횡목은 하늘을 배경삼고 있다. 이렇게 창공에 놓인 십자가는 악의 세력에서 온 우주를 해방시킨 그리스도의 죽음이라는 우주론적인 의미를 함축하고 있다.
성모는 왼손으로는 망토를 쥐고 오른손은 그리스도를 향하여 내밀고 있다. 그녀는 비탄의 표정을 짓고 있다. 그 반대편의 요한은 영적인 공포와 번민으로 가득 차 오른손으로 얼굴을 쥐고 왼손은 십자가를 향하여 내밀고 있다. 성모의 뒤의 여인은 왼손으로 자기 뺨을 만지며 통곡하고 있다.
요한 뒤의 터반을 쓴 사람은 백부장 론지노스이다. 이렇게 '십자가에 못 박히심의 이콘’은 천상에로의 창문이 되며, 우리를 그 당시의 사건에 참여하도록 초대하며 구원의 신비와 결합하도록 이끌어 주고 있다.
주여, 주의 백성을 구원하시고 주의 후사에게 강복하시고 믿는 자에게 원수에 대한 승리를 주시고 십자가로 보호하소서. <사순 제3주일 조과 십자가 아뽈리띠끼온 중.>
*이콘.신비의 미.(교회미술 아카데미.장긍선신부 편저)에서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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