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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성삼위에 대한 경배 - 뒤러

by 파스칼바이런 2014. 6. 21.

 

성삼위에 대한 경배 - 뒤러

1511년, 패널에 유채, 135x123cm, 빈 미술사 박물관

 

 

[말씀이 있는 그림]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영광!

 

뒤러(1471~1528, 독일 르네상스 화가)의 이 장엄한 작품은 삼위일체를 주제로 한다. 뉘른베르크의 부유한 상인인 마테우스 란다우어가 ‘열 두 형제의 집’이라는 기관의 경당 제단화를 위해 주문한 것이다.

 

뒤러는 세 가지 형상으로 한 분이신 하느님 안에 삼위가 계시다는 ‘삼위일체’의 교의를 묘사하고 있다. 그림 상부 중앙에 유일하신 하느님은 3위, 즉 하느님(금관을 쓰고 양팔을 벌려 십자가를 감싸고 있는 성부)과 아버지께 태어난 아들(십자가에 매달린 예수님)과 아버지와 아들에게서 나온 성령(비둘기 형상)으로 존재한다. 만물을 주관하는 임금의 관을 쓴 성부는 하늘을 의미하는 푸른색을 입고 안쪽은 생명의 색인 녹색, 바깥쪽은 영광의 색인 금색 망토를 걸치고 계신다. 성부는 반원형 모양의 무지개 위에 앉아 계신다. 무지개는 구름과 땅 사이, 하느님과 인간 사이에 난 길을 상징한다. “내가 무지개를 구름 사이에 둘 것이니, 이것이 나와 땅 사이에 세우는 계약의 표징이 될 것이다.”(창세 9,13) 무지개는 하느님이 인간과 맺는 계약의 표징인 것이다.

 

성부 위에는 성령이 비둘기 형상으로 천사들에 둘러싸여 임하고 있다. 다른 천사들은 예수님의 수난 도구들(돌기둥, 칼, 해면, 못들, 채찍)을 들고 있다. 성삼위를 중심으로 성인들은 두 개의 반원을 이룬다. 왼쪽에 성녀들은 종려나무가지를 손에 들고 있다. 종려 잎은 그리스도의 이름으로 목숨을 바친 순교자들의 표상이다. 아울러 이것은 예수님의 예루살렘 입성을 환영하기 위해 군중들이 가져온 나뭇가지를 연상시킨다. 푸른색 옷을 입은 성모 마리아는 무릎을 꿇고 성삼위를 향하고 있고, 마리아의 바로 뒤에는 알렉산드리아의 성녀 카타리나가 그녀가 고문받은 큰 못이 박힌 바퀴를 손에 들고 있다. 마리아의 왼쪽에는 성녀 바르바라가 성작에 성체를 받쳐 들고 서 있지만, 일반적으로 그녀의 모습은 삼위일체를 의미하는 3개의 창문이 있는 탑 안에서 종려나무 가지나 공작새 깃털을 들고 있는 처녀의 모습으로 묘사된다. 마리아의 오른쪽에는 성녀 아녜스가 어린 양을 팔에 안고 순결한 처녀의 모습으로 성삼위를 바라본다. 성녀 아녜스는 종려나무 가지를 들고 있거나 긴 머리칼로 온몸을 덮고 있는 모습으로도 표현된다. 반면, 마리아와 마주한 오른쪽에는 세례자 요한을 중심으로 구약의 성인 그룹이 있다. 십계명을 들고 서 있는 모세, 섬세하게 세공된 관을 쓰고 하프를 들고 있는 다윗 왕, 왕족의 상징인 담비 털을 단 가운을 걸친 솔로몬 등 수많은 성인이 성삼위를 향하고 있다.

 

그림 하부에도 많은 사람이 위의 성인 · 성녀들과 함께 성삼위를 찬양하고 있다. 이 그림을 주문한 마테우스 란다우어의 초상이 왼쪽에 보인다. 그는 수수하고 짙은 어두운 옷을 입고 무릎을 꿇고 기도한다. 그의 왼쪽 옆에는 갈색 수도복을 입은 성 프란치스코가 있고, 성경을 집대성한 예로니모 성인이 붉은색 주교복을 입고 주문자를 쳐다보고 있다. 하단의 중심부에는 삼중관을 쓴 교황 그레고리오가 화려한 금색 망토를 입고 성삼위를 찬양하고 있다. 오른쪽에 화려한 의상을 입은 두 성왕은 성삼위에 관한 이야기를 나누는 듯하다. 칼을 찬 유스타스 성인과 더불어 다른 많은 성인이 공중에 떠 있다. 한편, 화면 가장 아래 오른쪽에는 화가 뒤러의 자화상과 자신의 서명과 라틴어로 그림 제작 연도를 써넣은 기념비가 있다. 이들 모두는 “성부와 성자와 성령께 영광!”을 드리며 “주 예수 그리스도의 은총과 하느님의 사랑과 성령의 친교가 여러분 모두와 함께하기를”(2코린 13,13) 희망할 것이다.

 

[2014년 6월 15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