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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베드로와 바오로에게 열쇠와 책을 수여하는 영광의 그리스도 - 모레토

by 파스칼바이런 2014. 7. 11.
[말씀이 있는 그림] 베드로와 바오로 : 두 가지 사명

 

 

베드로와 바오로에게 열쇠와 책을 수여하는 영광의 그리스도 - 모레토

1540년경, 캔버스에 유채, 225x125cm, 성 베드로 경당, 성 니콜라 수도원, 로텐고-사이아노, 이탈리아

 

 

[말씀이 있는 그림] 베드로와 바오로 : 두 가지 사명

 

알레산드로 본비치노(Alessandro Bonvicino), 일명 모레토(Moretto, 1498년경~1554)는 밀라노와 베네치아 사이에 위치한 브레시아(Brescia)에서 주로 활동한 화가였다. 그는 베네치아의 거장 티치아노를 스승으로 모시고, 베네치아 회화의 화려하고 조화로운 빛을 중심으로 하는 색채주의에 영향을 받았다. 모레토는 특히 그의 초상화에서 부드럽고 풍부한 분위기의 색채로 인물의 특성을 꿰뚫어 묘사하는 탁월한 능력을 발휘하였다.

 

이 작품은 성 니콜라 수도원 성당에 성 베드로 경당을 위해 베네딕토회에서 주문한 제단화이다. 화면은 상부와 하부로 나뉘어 있다. 하늘에는 그리스도가 찬란한 황금빛으로 영광을 드러내며 마치 구름을 권좌 삼아 앉아계신다. 땅 왼쪽에는 베드로가, 오른쪽에는 바오로가 하늘을 향해 있다. 영광의 그리스도는 베드로에게는 열쇠를 수여하고, 바오로에게는 책을 수여하고 계신다. 그림은 매우 단순한 구성이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그림의 가장 앞부분에 서 있고, 그들이 서 있는 사이로 멀리 산과 강, 성곽이 둘러싸인 도시가 보인다. 공간의 깊이가 강조되고 있다. 이러한 특징은 당시 화가의 작품에서 빈번히 나타나는 요소로 특히, 매너리즘 화가들의 작품에서 잘 드러난다. 인물의 늘어진 형태, 과장되고 균형에서 벗어난 동작 그리고 비합리적 공간 등을 특징으로 한다. 모레토는 색채와 빛을 그림의 중심으로 두어 두 성인의 옷 색을 중요하게 다루고 있다. 베드로의 푸른색이나 바오로의 붉은색 망토는 빛이 비쳐 은빛이 감도는 푸른빛과 붉은빛을 보이며, 풍부한 옷 주름은 빛과 색채의 조화를 보여준다. 이들의 옷에 비친 빛은 하늘의 영광스런 빛이 쏟아져 내려 각 사도에게 흡수된 듯하다. 이제, “주님의 빛 속에 걸어가자!”(이사 2,5)

 

전해 내려오는 이야기로는, 베드로는 십자가에 처형되었고 바오로는 참수되었다. 두 사도가 다른 유형의 사형선고를 받은 이유는 아무리 큰 죄를 범했다 할지라도 로마 시민은 십자가형을 받을 수 없었기 때문이다. 바오로는 로마 시민이기에 참수를 당했고, 베드로는 외국인이기에 십자가형을 받았다. 따라서 많은 화가는 베드로를 그릴 때 거꾸로 매달려 순교한 십자가와 열쇠를 상징물로 제시한다. 열쇠는, 그림에서 보듯이, “나는 너에게 하늘 나라의 열쇠를 주겠다. 그러니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매면 하늘에서도 매일 것이고, 네가 무엇이든지 땅에서 풀면 하늘에서도 풀릴 것이다.”(마태 16,19) 베드로는 하늘나라의 열쇠를 받아 매고 푸는 권한을 갖는다. 즉 베드로는 교회의 우두머리, 첫 번째 교황이며 교황권의 우위성을 입증하는 근거가 된다. 반면, 바오로의 상징물은 처형에 사용된 큰 칼과 소아시아의 공동체에 보낸 서한집이다. 그림에서도 바오로는 오른손으로 그리스도께서 주시는 커다란 책을 받고, 그의 왼손에는 큰 칼을 들고 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살아있는 동안 복음을 선포하고 죽음 앞에서도 그리스도를 증언하였다. 그들은 그리스도께서 맡기신 과업을 충실히 수행한 것이다. 그리스도께서 두 사도에게 상징적인 열쇠와 책을 주시고 있지만, 이것은 곧 하느님께서 주시는 빛과 힘이다.

 

[2014년 6월 29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