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베르나르도를 감싸 안는 그리스도 - 리발타
1625-27,
캔버스에 유채, 113x158cm, 프라도 미술관, 마드리드
[말씀이
있는 그림] 그리스도와 성인의 결합
프란치스코
리발타(Francisco Ribalta. 1565-1628)는 17세기 초부터
스페인의 발렌시아 지방에서 종교화가로 가장 주목받던
화가였다. 그는 이상적 표현보다 사실과 실제에 중심을
둔 새로운 모습의 사실주의와 테너브리즘(tenebrism, 강렬한
빛과 어둠의 대비를 사용하여 극적인 효과를 높이는 기법)으로
스페인 미술의 선구적 역할을 하며 스페인의 바로크 양식에
변화를 꾀하였다. 매우 사실적으로 묘사한 작품 ‘성 베르나르도를
감싸 안는 그리스도’는 성인이 명상하던 중 그리스도를
만난 순간을 묘사한 것이다.
사실,
성 베르나르도(1090-1153)는 유럽 수도원 제도를 창시한
성인 중 한 명이지만, 그 업적을 이룬 성인들보다는 상대적으로
화가들의 주목을 덜 받았다. 베르나르도는 부르고뉴 디종
근교의 가족 성(城)인 퐁텐에서 태어났으며, 어머니의 죽음으로
충격을 받고 수도생활을 결정하였다. 그는 1112년 20살에
시토 수도회에 입회했고, 4년 뒤 클레르보에 새 수도원을
설립했다. 그의 높은 성덕은 수많은 제자를 그곳으로 들게
하였다. 학덕과 성덕이 뛰어났던 그는 신학과 영성 생활을
다루는 여러 저서를 남겼으며, 오늘의 신자들에게도 깊은
감명을 주고 있다. 이리하여 성 베르나르도는 ‘꿀처럼
단 박사’(Doctor Mellifluus)란 칭호를 얻었다. 주로 성
베르나르도를 그린 작품은 설교하는 장면이 가장 많고,
‘수유 기적’을 보여주는 장면이 있다. 이것은 베르나르도가
매우 갈증을 느끼던 어느 날 성모 마리아가 나타나 자신의
가슴을 눌러 젓을 주어 그의 입을 축여 주었다는 일화이다.
이것은 베르나르도가 지닌 웅변술과 설득력을 갖춘 설교능력을
드러내 주는 기적의 일화이기도 하다.
그림은
두 주인공인 예수님과 성 베르나르도를 극적인 명암대비로
묘사하고 있다. 매우 단조로운 배경 속의 나머지 두 인물은
어둠 속에서 거의 보이지도 않는다. 화가는 예수님을 아름다운
몸의 형태로 묘사하고 있다. 비록 모진 채찍질과 십자가의
고난을 겪었을지라도, 어떤 사람보다 수려하다(시편 45,
3)는 것을 강조하고 있다. 그리고 예수님의 주름 잡힌 옆구리,
황홀경에 빠진 성인의 표정과 입가에 보이는 나이의 흔적
등은 화가의 사실적 묘사의 탁월함을 보여준다.
성
베르나르도는 예수님의 수난과 죽음을 묵상하던 중 황홀경에
빠지게 된다. 그 순간 성인은 십자가 위에 못 박힌 예수님의
모습을 비전(vision)으로 보게 된다. 바로 그때 예수님께서는
십자가 위에서 발은 그대로 못이 박힌 상태로 두 팔만을
십자가 위에서 내려 베르나르도 성인을 끌어안아 주신다.
예수님과 성인의 결합을 의미한다. 주님에 대한 사랑에
빠진 성인의 기도에 대한 응답이 이루어지는 순간이다.
베르나르도의 표정은 “내가 너희에게 안식을 주겠다.”(마태
11,28)는 주님의 말씀을 듣고 있는 듯 평화롭다. 성인의
눈이 감겨 있는 것은 비전을 육신의 눈으로 보고 있는 것이
아니라 영혼의 눈으로 보고 있기 때문이다.
성
베르나르도의 비전은 그림 안에서 그것을 묵상하는 베르나르도에게
비전이 되면서도 동시에 그림 밖에 있는 우리에게도 비전이
된다. 우리가 성인의 뒤를 이어 예수님의 팔에 안길 차례이다.
“주님은 너그러우시고 자비하신 분, 분노에 더디시고 자애가
크신 분. 주님은 모두에게 좋으신 분, 그 자비 당신의 모든
조물 위에 미치네.”(시편 145,8-9)
[2014년
7월 6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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