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포, 메타포 한정원 시인
숨어있는 도시를 찾았다 포구인 줄 알았는데 사막이었다
버스에서 내렸는데 은빛 우주선 창가였다 방향을 알고 호수로 스며드는 벌판
오후 한 시에 내리꽂히는 태양만이 수직의 기호였다 내륙의 색깔은 소의 오줌에서 추출했다는 인디언 옐로, 가 맞다
도청 건물 유리창이 뜨거운 정수리를 보이며 단추 같은 바퀴를 달고 이륙 준비를 했다
소문은 내부에서 조용히 발효되고 소란은 밖에서 더 출렁이는가
나는 서류를 들고 서성이는 외지인 엘리베이터는 포구가 보이도록 6층, 7층으로 올라가고 서류를 뜯었는데 좁은 복도였다
머그컵과 유리컵 밑에서 오래된 본적과 현주소가 열렸다 보철기 안쪽에 답을 갖고 있는 행정실 여자의 안경이 투명한 문들을 모두 닫고 있었다
내포는 그렇게 발설하지 않았다 빈칸이 많은 신청사는 누군가를 기다리고 있었지만 새로 조성한 공원에 꽃이 필 때까지 철제 지붕에 비가 올 때까지 낯선 냄새에 익숙해질 때까지 신도시 사람들은 집 밖으로 나오지 않았다
나의 이력서도 인비(人秘)로 봉한 봉투 안에서 가을까지 갔다 컨테이너로 지은 시외버스 터미널에 서있었는데 여름 오후 일곱 시였다 응달이 몸을 기울이며 따라올 듯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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