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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만영 시인 / 인형의 집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12.

이만영 시인 / 인형의 집

 

 

        후드득

        왼쪽 팔이 뜯겨나가고 있다

        넌 불량이야

         

        눈빛을 가려야 하는데

        손차양을 만들어야 하는데

         

        불룩하게 누르면

         

        알라뷰

        알라뷰...

         

        다른 노래를 가르쳐주고 싶다

         

        목을 지나 배꼽까지 다섯 개의 알사탕

        햇빛에 녹고 있다

        내 음성도 녹아내리고

         

        냉장고에

        작은 귓구멍, 반달 눈썹, 환해지거나

        불타는 뺨, 휘어진 머리카락들

        반으로 접어 넣는다

         

        해동된 꽃잎은 쉽게 부서진다

        바닥으로 주저앉은 캔

        밟힐수록 반짝이는 납작한 생각들

         

        알루미늄 눈동자가 늘 말썽이다

        황홀하다는 이유로

        헝겊과 친구가 될 수 없다

         

        웃음의 뿌리를 공중에 심는다

        핏기 없는 꽃들

        뼈마디가 만져진다

         

        다른 빛깔의 생각이 묻어 있다

         

        알....라....뷰

        알....라....뷰

         

        건전지를 교체해도

        웃음은 웃으면서 죽는다

        아니,

        죽으면서 죽도록 웃는다

         

        귓바퀴마다

        뒤집힌 웃음소리가 박혀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2월호 발표

 


 

이만영 시인

1984년 홍익대학교 미술대학(시각디자인) 졸업.제8회 웹진 『시인광장』 신인상 등단. LGAD 근무. 현재 한국언론진흥재단 근무. 2018년 39회 근로자문학제 은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