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령 시인 / 움트다 ㅡ즉시현금(卽時現金) 갱무시절(更無時節)
네 등 뒤에 꽃을 두는 일은 서사적이다 밤보다 깊은 새벽을 밝히는 현재의 일이다 가고 올 시간의 흔적을 보듬는 일 이별의 비수와 비가를 숨기기엔 이 계절이 너무 짧다 너를 품어 꽃을 피웠지만 자리마다 물컹하다 모든 서사는 지금, 바로지금 서정적으로 완성 된다 지나보니 꽃 피고 잎 지나 잎 지고 꽃 피나 무릇무릇 사랑이라 부르던 것들이 죄다 미쁘다
너를 건너왔으니 나를 데려와야지 머리를 버리고 심장을 얻었다, 가벼웠다 흔들리던 날들이 마른 나무에 핀 꽃 순처럼 싱싱하다
울던 별들이 지면 새싹은 움 튼다 네 등 뒤에 꽃을 두고 걸어 온, 걸어갈 길을 벅차게 걷고 있다
계간 『불교문예』 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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