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정일 시인 / 테라스
구름의 폭설, 보여주기를 좋아하는 테라스가 설원으로 보일 때가 있다. 양떼구름을 밀고 가는 한 무리 양떼구름 그리고 모든 구름을 나는 모르지만 대체로 구름을 안다고 할 때 구름의 모서리에서 크고 작은 은빛물고기가 쏟아졌다 순식간 양탄자, 언덕, 지붕으로 피어났다 양탄자가 펼쳐지면 저 언덕
너머는 먼 지붕 ‘함께’라는 이엉으로 지붕을 인다면 가능과 불가능 어디쯤에서 잠들어야 할까 포근하고 푹신한 것들은 함부로 잠들지 마라 아무것도 아닌 아무 것이 아무것도 아닌 아무 것을 예측하고 설명하기 때문
데크와 바비큐가 있는 테라스는 누구의 영역인가? 서어나무인지 당신인지 여름인지 모든 것을 애인으로 착각하는 테라스 새가 한 마리 흘러나온다
영영 돌아오지 않을 새소리가 날지 못하는 입말과 함께 날아간다 건축물 사이를 개가 개를 분노하며 지나간다 유모차가 노인을 끌고 간다 모자를 고쳐 쓰고 모자가 지나간다 택시가 사람을 두고 간다 테라스는 아직 창문을 가지고 있지 않다
계간 『문학과 사람』 2018년 가을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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