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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권성훈 시인 / 11월의 오브제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1.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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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성훈 시인 / 11월의 오브제

 

 

주저 없이 흘러내리는 노을이 바닥에 닿는다

바닥을 가기 위해 바다는 붉게 닳아 있다

 

죽은 새는 이제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겨울이 거울을 벗어난 날개로 식어가고

 

눈 밖으로 사라지며 바닥을 닿는 첫눈의 기억 속으로 녹아들고 오래 밟혀온

눈 속의 눈길처럼 많이 버텨온 중얼거리는 사물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아파도 아프지 않다는 그의 육지로 가서 하얗게 되는 헛웃음 뿐

갈라진 바닥은 가볍게 발바닥을 보였다

 

돌아갈 힘이 낙엽처럼 자라는 지하철 출구

세상 쪽으로 나갈 수 없는 쪼그린 찬바람만

 

계간 『시와 경계』 2018년 겨울월호 발표

 


 

권성훈 시인

2002년 《문학과 의식》 시부문, 2013년 《작가세계》 평론부문 신인상에 당선. 저서로는 시집으로 『유씨 목공소』 외 2권과 평론집 『시치료의 이론과 실제』,『폭력적 타자와 분열하는 주체들』, 『정신분석 시인의 얼굴』, 『현대시 미학 산책』,  『현대시조의 도그마 너머』과 편저『이렇게 읽었다―설악 무산 조오현 한글 선시』등이 있음.  젊은 작가상, 열린시학상, 한국예술작가상, 인산시조평론상 수상.  2018년 아르코문학창작기금 수상작가. 현재 웹진 『시인광장』 편집위원이며 경기대학교 융합교양대학 교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