권성훈 시인 / 11월의 오브제
주저 없이 흘러내리는 노을이 바닥에 닿는다 바닥을 가기 위해 바다는 붉게 닳아 있다
죽은 새는 이제 하늘을 바라보지 않아도 겨울이 거울을 벗어난 날개로 식어가고
눈 밖으로 사라지며 바닥을 닿는 첫눈의 기억 속으로 녹아들고 오래 밟혀온 눈 속의 눈길처럼 많이 버텨온 중얼거리는 사물들 더 이상 떨어질 수 없는
아파도 아프지 않다는 그의 육지로 가서 하얗게 되는 헛웃음 뿐 갈라진 바닥은 가볍게 발바닥을 보였다
돌아갈 힘이 낙엽처럼 자라는 지하철 출구 세상 쪽으로 나갈 수 없는 쪼그린 찬바람만
계간 『시와 경계』 2018년 겨울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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