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영춘 시인 / 내 안의 아뜨만.(atman*)
벌레 껍데기 하나 누워 있다 알 까고 달아난 누에고치 같은 껍데기 하나,
껍데기 속에는 구름이 고이고 허기가 고여 나를 박제 한다
문득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된 몸,
메스를 든 푸른 옷들이 지나가고 링거병들이 흔들리며 지나가고 박제된 흰 콘크리트 벽 속에서 흰 벽지들이 흰 타일들이 하얗게 웃고 있다
빈 껍데기가 껍데기를 보고 하얗게 웃고 있다 한밤중이다 디오니소스적 비극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내 심장의 이 환한 불길, 이 환한 어둠, 박제된 껍데기 하나 모로 누워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자기자신’이란 뜻으로 차용.
계간 『시와 소금』 2018년 겨울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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