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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영춘 시인 / 내 안의 아뜨만.(atman*)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4.

이영춘 시인 / 내 안의 아뜨만.(atman*)

 

 

        벌레 껍데기 하나 누워 있다

        알 까고 달아난 누에고치 같은

        껍데기 하나,

         

        껍데기 속에는 구름이 고이고 허기가 고여

        나를 박제 한다

         

        문득 “표본실의 청개구리”가 된 몸,

         

        메스를 든 푸른 옷들이 지나가고

        링거병들이 흔들리며 지나가고

        박제된 흰 콘크리트 벽 속에서 흰 벽지들이 흰 타일들이

        하얗게 웃고 있다

         

        빈 껍데기가 껍데기를 보고 하얗게 웃고 있다

        한밤중이다

        디오니소스적 비극의 문이 열리고 닫히는 내 심장의

        이 환한 불길,

        이 환한 어둠,

        박제된 껍데기 하나 모로 누워 있다

         

        *산스크리트어로 ‘자기자신’이란 뜻으로 차용.

 

계간 『시와 소금』 2018년 겨울호 발표

 

 


 

이영춘 시인

1976년 《월간문학》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시포스의 돌』, 『귀 하나만 열어 놓고』, 『네 살던 날의 흔적』, 『슬픈 도시락』』, 『시간의 옆구리』, 『봉평 장날』, 『노자의 무덤을 가다』, 『신들의 발자국을 따라』와 시선집『들풀』『오줌발,별꽃무늬』 등이 있음. 윤동주문학상. 고산문학대상. 인산문학상. 강원도문화상. 동곡문화예술상. 한국여성문학상. 유심작품상 특별상 등을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