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명숙 시인 / 장애
나 보고 얼굴 반반하게 생겨 애인 둘쯤은 있겠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머릿속에 개죽을 쑤고 있었다.
결벽, 결벽증이 도진다.
누군가 내게 장애라고 말할 때 나는 절로 팔이 덜렁거리고 한 쪽 다리가 짧아졌다.
허벅지에 그이의 손이 와 닿아도 티브이를 보고 깔깔거리는 나는 저놈은 키 작아 안 되고 그놈은 학벌 없어 안 되고 이놈은 돈 없어서 안 된다 고질병이다, 나를 보는 시선이 와글거린다. 어떤 년일까, 중성 같은 년.
약발 받는다 나도 나 하나 믿고 살겠다는 놈이 있다면 무논에 아가리 벌린 개가 뻘을 물고 있어도 모판을 던진 텐데 주사위 같은 인생 던지고 나면 추락할 일만 남겠지만.
가위 바위 보! 안 되는 것은 가위로 자르고 말썽스러운 것은 바위에 계란치기를 해도 안 되는 것이다. 뻘소리일까 조리로 부정적인 말을 일어 보자기에 싸는 일.
병신같이 계산기에 빼기만 누르다가 더할 즐거움도 나눌 슬픔도 없는, 머릿속에 제 할 몫만 챙겨 나머지 없는 인생 낙 없이 떨어냈다.
머리에 산소가 고갈된 걸까 신물 나는 결벽에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 내 얘기만, 애기만 줄곤 들어 줄 고자가 돼 준다면.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
'◇ 시인과 시(현대)' 카테고리의 다른 글
김광희 시인 / 잠의 파수꾼 (0) | 2019.03.25 |
---|---|
강윤미 시인 / 체크 코트를 입을 때 만나는 사람 (0) | 2019.03.25 |
박수빈 시인 / 여보게 웃게 (0) | 2019.03.24 |
이영춘 시인 / 내 안의 아뜨만.(atman*) (0) | 2019.03.24 |
정숙자 시인 / 북극형 인간 외 1 (0) | 2019.03.24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