박수빈 시인 / 여보게 웃게
왜 옆으로가 앞으로인가 여보게 웃게
어디나 갈 수 있고 어디도 갈 수 없어 죽어서도 우리는 표류자 비린내를 전파하지.
밥상이어서 거룩하다. 누군가 살점을 먼저 집어간다. 집게발은 가위처럼 위험하고 잡으려면 미끄러지는 감정.
마른 혀가 구차할수록 거품을 문다. 타인의 살은 왜 이리 맛있나 김씨를 씹고 박부장을 씹고 나도 씹히며 너도 나도 오도오독(誤讀誤讀)
발설하지 못하는 공복이 빠드득 여보게 웃게
찰진 결핍이 달빛을 머금고 조금과 사리를 오가는 속내도 있다. 은밀한 부위에 닿자 소름이 돋는다.
애간장은 그믐의 점괘 뼛속 깊이 발라지는 사랑 엎드려 울기에 단단한 등을 지녔다.
씹다 뱉어낸 바닥에 형체 잃는 사지들 치부를 본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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