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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지명숙 시인 / 장애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4.

지명숙 시인 / 장애

 

 

나 보고 얼굴 반반하게 생겨

애인 둘쯤은 있겠다고 생각하는 놈들은

머릿속에 개죽을 쑤고 있었다.

 

결벽, 결벽증이 도진다.

 

누군가 내게 장애라고 말할 때

나는 절로 팔이 덜렁거리고

한 쪽 다리가 짧아졌다.

 

허벅지에 그이의 손이 와 닿아도

티브이를 보고 깔깔거리는 나는

저놈은 키 작아 안 되고

그놈은 학벌 없어 안 되고

이놈은 돈 없어서 안 된다

고질병이다, 나를 보는 시선이 와글거린다.

어떤 년일까, 중성 같은 년.

 

약발 받는다

나도 나 하나 믿고 살겠다는 놈이 있다면

무논에 아가리 벌린 개가 뻘을 물고 있어도

모판을 던진 텐데

주사위 같은 인생

던지고 나면 추락할 일만 남겠지만.

 

가위 바위 보!

안 되는 것은 가위로 자르고

말썽스러운 것은

바위에 계란치기를 해도 안 되는 것이다.

뻘소리일까

조리로 부정적인 말을 일어

보자기에 싸는 일.

 

병신같이 계산기에 빼기만 누르다가

더할 즐거움도 나눌 슬픔도 없는,

머릿속에 제 할 몫만 챙겨

나머지 없는 인생 낙 없이 떨어냈다.

 

머리에 산소가 고갈된 걸까

신물 나는 결벽에 오르가즘을 느끼고 싶다.

누군가 내 얘기만,

애기만 줄곤 들어 줄 고자가 돼 준다면.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지명숙 시인

경주에서 출생. 계명대학교대학원 석사과정 수료. 2005년 《현대시문학》 등단. 경주문인협회 회원. 경북문인협회 회원. 한국문인협회 회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