임준진 시인 / 예술가는 죽는다
빛을 쫓는 사냥꾼들은 다가올 어둠이 두려운 게다. 생(生)의 질서를 넘어 후광을 남기는 고독한 자를
사냥꾼들은 가만 두질 않는다. 시기, 질투, 욕망의 그림자에 너희들의 눈동자는 빛을 반사하지 못한다. 가엾은 자여!
배부름에 눈이 멀어 날카로운 이빨을 드러내는구나. 아! 그대는 ( ), 파렴치한 여우 아니 인간! 사냥꾼들은 끝까지 활을 드러내지 않지만 예술가는 죽는다. ‘화살’에 박혀서
언젠가 날이 흐려 어둠이 드리우면 뼛속에 남아있던 느지막한 빛이 새어나온다.
“이것은 작품이다.” 누군가가 외칠 것이고 그것은 길이 남는다. 군중은 끄덕인다. 고독한 자는 진리를 두려워하지 않았지만 일찍이 그들은 죽었어야 했다.
구속된 채로, 어두컴컴한 시대에, 사냥꾼들을 위해 웃음 속에 살아갈 사람들을 위하여 내 아닌 것에 나를 남기고 무궁한 영광을 위하여 발사한다. ‘권총’ 탕!
예술가는 죽는다. 빛이 영원히 깜빡인다.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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