고주희 시인 / 베르주 화요일
일곱 번의 계절이 포도 한 알을 깨운다.
먹구름의 방향을 보며 화요일인지 목요일인지 신맛과 장마를 끊임없이 감별하며 입안에 머금은 몇 초, 아직 열리지 않았다 감각은
오래전 풍습으로 항아리에 묻어둔 계절이 성급한 과즙으로 부풀어 오를 때 내 어두운 귓속을 파고드는 아직 오지 않은 맛 시간은 이제 평등해, 말하고 싶지만
달과 별을 기준으로 내 오른쪽은 좀 더 새콤하게 미쳤고 쉽게 물러지는 사람을 어쩔 수 없이 저주한다. 화요일, 베르주 화요일.
보랏빛 낯을 씻어도 그 속엔 내가 없다. 질문이 짙어질수록 윤곽이 사라지는 질문
십 년, 이십 년을 내다보는 어둠은 코르크 냄새를 지우며 서서히 팽창할거야.
첫 수확이 끝나고 파티를 한다. 눈빛이 이미 틀어져 버린 사람들이
*베르주 Verjus, 익지 않은 포도
웹진 『시인광장』 2018년 9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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