금은돌 시인 / 기형도
그는 발 없이 흘러다닌다 벽을 통과한다 문을 열지 않고 비를 남긴다
건물 안에 있던 사람들은 가시로 가득하다 젖은 검정이 있었다 하루 일과를 지그재그로 남기는 펜, 테이블 위에 축축한 종이를 올려놓고
유리 바깥에 있었다 오후 4시 짐승처럼 조용히
아름다운 소리로 다가온다 블라인드를 올리고 바람이 느껴지는 곳에서 고개를 돌린다 빗방울 털어내는 소리 타이핑하는 소리 낮은 목소리로 여기 앉아도 됩니까, 라고 묻는 소리
나의 검정이 있었다 망월동 묘지를 향해 고속도로 위를 달리는 거기 지금 탁자 위 그리고
유리 바깥에서 여전히 나를 지켜주는
당신의 여행 가방 속으로 들어간다 그곳에서 울음이 시작된다 아무도 모르는 방식으로 유리 안,
웹진 『시인광장』 2019년 1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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