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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세영 시인 / 1.0.

by 파스칼바이런 2019. 3. 25.

김세영 시인 / 1.0.

 

 

1.

 

나무 하나가

건기의 들소처럼 선채

잎을, 껍질을

흰 뼈가 드러나도록

바람에게 뜯기고 있다.

 

들소 하나가

흑단나무처럼 선채

살점을, 소리를

초원의 바람이 붉게 젖도록

사자에게 뜯기고 있다.

 

0.

 

피톨들,

바위 위 빗방울처럼

기억들,

구름 위 깃털처럼

흩어지고 있다.

 

한 조각의 공간이 어둠 속에 닫히고

한 토막의 시간이 고요 속에 묻히고 있다.

 

마지막

한 가닥 빛살이

한 가락 파동이

블랙다이아몬드 같은 진공의 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김세영 시인

2007년《미네르바》를 통해 등단. 시집으로『강물은 속으로 흐른다』가 있음. 시집으로 『하늘거미집』, 『물구나무서다』, 『강물은 속으로 흐른다』 등이 있음, 제9회 미네르바 작품, 제14회 한국문협 작가상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