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영 시인 / 1.0.
1.
나무 하나가 건기의 들소처럼 선채 잎을, 껍질을 흰 뼈가 드러나도록 바람에게 뜯기고 있다.
들소 하나가 흑단나무처럼 선채 살점을, 소리를 초원의 바람이 붉게 젖도록 사자에게 뜯기고 있다.
0.
피톨들, 바위 위 빗방울처럼 기억들, 구름 위 깃털처럼 흩어지고 있다.
한 조각의 공간이 어둠 속에 닫히고 한 토막의 시간이 고요 속에 묻히고 있다.
마지막 한 가닥 빛살이 한 가락 파동이 블랙다이아몬드 같은 진공의 알 속으로 빨려 들어가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18년 7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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