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구용 시인 / 山中夜
열매들 고운 살이 흐무러질 때 달빛은 푸른 산 가슴에 스며, 골짜기마다 조개처럼 흩어진 흐끄무레한 뼈다귀도 굶주린 짐승들의 검붉은 주둥이도 꿈이 잔조(殘照)로운데, 소슬한 빗발이 흐느끼면 썪은 씨가 움트는 기약은 어둡기도 하더니, 십오야 밝은 빛을 올올이 받아 사무칠 듯이 향기로운 샘 곁에 외로운 국화야. 다시 꽃은 폈건만, 숲사이 아롱지는 바람도 없고, 짙은 밤 온 산은 잠이 깊구나.
1949년 김동리 추천으로 《신천지》 10월호 에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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