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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김구용 시인 / 山中夜

by 파스칼바이런 2019. 4. 15.

김구용 시인 / 山中夜

 

 

열매들 고운 살이 흐무러질 때 달빛은 푸른 산 가슴에 스며, 골짜기마다 조개처럼 흩어진 흐끄무레한 뼈다귀도 굶주린 짐승들의 검붉은 주둥이도 꿈이 잔조(殘照)로운데, 소슬한 빗발이 흐느끼면 썪은 씨가 움트는 기약은 어둡기도 하더니, 십오야 밝은 빛을 올올이 받아 사무칠 듯이 향기로운 샘 곁에 외로운 국화야. 다시 꽃은 폈건만, 숲사이 아롱지는 바람도 없고, 짙은 밤 온 산은 잠이 깊구나.

 

1949년 김동리 추천으로 《신천지》 10월호 에 발표

 

 


 

김구용[金丘庸,1922.2.5∼2001.12.28]시인

1922년 경북 상주(尙州)에서 출생. 1949년 김동리 추천으로 《신천지》에 <산중야(山中夜)> 를 발표하며 작품활동 시작. 『시』, 『九曲(구곡)』, 『시집1』, 『頌 百八(송 백팔)』 등 네 권의 시집 출간.

깊은 한국적 정한을 바탕으로 선적禪的 직관과 불교적 상상력 그리고 초현실주의 등에서 보이는 자유로운 시적 상상력이 절묘하게 어우러진 시인의 시는 동서양의 정신적 차별은 물론 주객主客의 구분조차 넘어선 근원적 자유의 시정신을 보여주고 있음. 『노자』, 『채근담』은 물론 『동주 열국지』, 『삼국지』, 『수호지』, 『옥루몽』 등 중국 고전 소설을 유장하고도 맛깔스런 우리 말로 완역. 서라벌예술대학 강사, 성균관대학교 명예교수 등을 역임. 현대문학상 신인상(1955), 제36회 월탄문학상(2001) 수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