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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가톨릭 관련>/◆ 성 경 관 련

[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지금, 주님 뜻에 맞게 살고 있는가

by 파스칼바이런 2021. 11. 28.

[생활속의 복음] 대림 제1주일- 지금, 주님 뜻에 맞게 살고 있는가

함승수 신부(서울대교구 수색본당 부주임)

가톨릭평화신문 2021.11.28 발행 [1639호]

 

 

 

 

다사다난했던 2021년도 종반부에 접어들었습니다. 올 한 해 ‘그리스도인’으로서 내 삶이 어땠는지를 되돌아봅니다. 예수님의 뒤를 따라가기보다 주님의 뜻을 따르는 일에 마음을 쓰기보다 잘 먹고 잘살기 위한 세상의 일에 마음을 빼앗겨 있던 시간이 더 길었던 것 같습니다. 세상이 한 해를 마무리하는 이 시기에 교회는 한발 앞서 새해를 맞이합니다. 전례 주년의 새해는 대림 시기로 시작하지요. ‘대림’(待臨)이라는 말은 ‘오심을 기다림’이라는 뜻입니다. 이 시기에 교회는 그리스도를 기쁘게 맞이하도록 준비하라고 권고합니다. 우리를 구원하시기 위해 사람이 되신 그리스도의 ‘첫 번째 오심’을 기억하고 기념하며, 세상 종말에 ‘다시 오시는’ 그리스도를 기쁘게 잘 맞이할 수 있도록 깨어 준비하라는 것이지요.

 

주님을 기다림에는 세 가지 차원이 있습니다. 과거와 현재, 미래입니다. ‘과거의 기다림’이란, 2000년 전에 오신 예수님을 맞이했던 그 기다림입니다. 부족했던 내가 부끄럽지만, 이미 흘러가 버린 과거는 돌아오지 않기에 부족하고 모자란 부분은 하느님의 자비에 기대며 또 다른 기다림을 준비합니다. ‘현재의 기다림’이란 세상의 온갖 문제들로 고통과 시련을 겪는 우리가 ‘그럼에도 불구하고’, ‘지금 여기에서’ 주님의 뜻을 실천하는 기다림입니다. 종말의 순간이 지금 당장 들이닥쳐도 후회하는 일이 없도록, 자신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해 주님의 가르침을 내 삶에서 ‘현재화’하는 것입니다. ‘미래의 기다림’이란 주님이 어서 우리를 구원하러 오시기를 바라는 기다림입니다. 그분의 오심이 ‘심판’으로 느껴져서는 그러기 어렵습니다. 늘 깨어 기도하는 자세로 주님의 뜻을 실천하며 살아야 그분의 오심이 나에게 구원과 완성에 대한, 영원한 생명과 참된 행복을 누리리라는 ‘희망’이 되는 것입니다. 그 희망이 지금을 충실하게 살아갈 힘과 용기를 줍니다.

 

그러면 어떻게 사는 게 ‘지금을 충실하게 사는 것’일지 막막하겠지만, 우리는 이미 그 길을 잘 알고 있습니다. 오늘의 제2독서에서 바오로 사도는 이렇게 이야기합니다. “여러분은 어떻게 살아가야 하는지, 어떻게 해야 하느님 마음에 들 수 있는지 우리에게 배웠고, 또 그렇게 살아가고 있습니다. 더욱더 그렇게 살아가십시오.” 내가 머리로 아는 주님의 말씀을, 내 양심에 대고 말씀하시는 그분의 뜻을 성실히 실천하라는 것입니다. 적당히 대충하는 것으로는 부족합니다. 지금 당장 내가 죽더라도 부족하거나 모자람이 없겠는지 스스로 물어봐야 합니다. ‘예’라고 답할 수 있다면 후회 없는 삶을 산 것입니다. 그러나 아직 부족하다, 그래서 지금은 억울하다는 마음이 든다면 지금 당장 삶의 방향을 바꾸어야 합니다. 지금 내가 가치 있다고 여기며 쫓는 그것이 하느님 뜻에 맞는지를 철저하게 따져 물어야 합니다. ‘아니다’라는 답이 나온다면 지금까지 쌓아온 것들을 미련 없이 내려놓고 그분의 뜻을 찾아 나서야 합니다. 우리는 그걸 ‘회개’라고 부릅니다. 회개는 하느님 앞에 내 죄를 나열하며 스스로를 단죄하는 일이 아니라, 하느님의 사랑과 자비를 내 영혼에 새기고 그 안에 머무르는 삶입니다.

 

그런 참된 회개에 이를 수 있는 힘은 ‘늘 깨어 기도’함으로써 얻을 수 있습니다. ‘깨어있다’는 것은 내가 지금 무엇을 하고 있으며 그것을 왜 해야 하는지를 아는 것입니다. 또한, 내가 지금 하는 일이 주님 뜻에 부합되게 하겠다는 지향을 가지고 하는 것입니다. 그러면 어떤 어려움과 시련이 닥쳐와도 거기에 휩쓸리지 않고 다시 내 길을 가는 힘이 생깁니다. 종말의 순간 주님이 우리에게 오셨을 때 후회와 두려움 때문에 움츠러들지 않고, 그분을 마주하고 서서 기쁜 마음으로 바라볼 힘이 생깁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