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말씀묵상] 오시는 주님의 길을 닦는 마음 대림 제2주일·인권 주일 제1독서(바룩 5,1-9) 제2독서(필리 1,4-6.8-11) 복음(루카 3,1-6) 가톨릭신문 2021-12-05 [제3272호, 15면]
죄의 용서를 위해 세례 받은 백성 거룩하신 하느님을 받아들이며 지난날 부끄러운 삶을 성찰하고 기도와 성사로 주님을 바라봐야
자색 촛불을 하나 더 밝히며 우리 안에 오시는 주님을 깨어 기다리는 대림 제2주일입니다. 이맘때 중심인물의 한 분인 요한 세례자의 ‘광야에서 외치는 소리’가 귓전을 울립니다. 그분의 신탁은 메시아가 오시는 길을 천상의 지혜로 마련하라는 기쁜 소식입니다.
한국교회는 40년 전부터 대림 제2주일을 ‘인권 주일’로 지내왔습니다. ‘하느님 모습’으로 창조된 인간의 존엄성을 깨닫고 사람답게 살아가는 행복한 세상을 가꾸기 위함입니다. 또한, 2011년부터 대림 제2주간은 ‘사회교리주간’입니다.
레오 13세 교황의 「새로운 사태」(1891), 성 요한 바오로 2세 교황의 「생명의 복음」(1995)과 프란치스코 교황의 「찬미 받으소서」(2015)를 포함한 역대 교황들의 회칙은 가정, 노동, 경제생활, 정치공동체, 환경보전, 평화증진 등 제 사회문제에 대한 교회의 가르침입니다. 사회교리는 인간의 존엄, 공동선, 경제정의(가난한 이들 우선), 보조와 연대, 비폭력의 원리로 ‘사랑의 문명’을 향한 ‘새 복음화’의 길입니다.
예레미야 예언자(기원전 8세기)와 함께 바빌론 유배를 당한 바룩은 예루살렘 재건에 대한 위로와 희망의 말씀(제1독서)을 전합니다. ‘의로운 평화, 거룩한 영광’의 이름으로 오시는 주님을 맞이하기 위해 산과 언덕은 모두 낮아지고, 골짜기는 메워져 평지가 되라는 명령입니다. 자비와 정의의 주님은 영광의 빛 속에서 이스라엘을 이끌어주십니다.
사도 바오로는 하느님 나라를 완성하려고 복음을 전하는 공동체를 위해 늘 기쁜 마음으로 기도합니다(제2독서). 그는 공동체의 사랑이 성령의 은총으로 선과 악을 분별하기를 바랍니다. 순수하고 나무랄 데 없는 사람으로 주님의 날을 맞이하고, 그리스도를 통하여 의로움의 열매를 맺어 하느님께 영광과 찬미를 드리기 위함입니다.
오늘 복음(루카 3,1-6)은 대림 시기의 중심인물인 요한 세례자의 등장과 함께 그리스도의 공생활 연대기의 시작을 알립니다. 로마제국의 지배를 받던 시절 티베리우스 황제 치세 제15년(기원후 27-28년), 본시오 빌라도(26-36년)는 유다 지역 로마 총독입니다. 분할된 헤로데 왕국은 헤로데 안티파스(갈릴래아 지방), 그의 동생 필리포스(갈릴래아 호수 북동쪽), 리사니아스(헤르몬산 북쪽 산악지역) 영주들이 다스릴 때입니다.
당시 종교지도자는 한나스와 카야파 대사제입니다. 한나스(6-15년)는 로마 권력에 의해 물러나고, 그의 사위인 카야파(18-36년)가 계승합니다. 물러난 한나스의 전직을 우대(요한 18,13.19.22)하는 걸 보면 그의 영향력이 계속됨을 알 수 있습니다.
루카 복음 사가만이 요한 세례자는 하느님의 부름을 받은 구약의 마지막 예언자(루카 3,2)임을 밝힙니다. 주님께서 그가 “예언자보다 더 중요한 인물”(루카 7,26)이라고 하십니다. 메시아가 오시는 길을 닦는 선구자로 성경에 기록된 사람(이사 40,3; 말라 3,1)이고, 그의 세례를 받은 백성은 거룩하신 하느님을 받아들이기 때문입니다.
요한 세례자는 요르단 부근 광야에서 “죄의 용서를 위한 회개의 세례를 선포”(루카 3,3)합니다. 회개는 자기 내면을 깊이 들여다보고 자신 생각과 태도를 바로잡는 마음의 변화입니다. 애주가가 술에 취해 주정을 부리다가 나쁜 버릇을 고친 뒤 자선하듯이 말입니다. ‘되찾은 아들’(루카 15,11-32)처럼 아버지께 ‘불순종’이던 죄인이 회심하여 돌아오는 기쁨입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이의 소리’를 듣는 우리는 ‘사랑받는 죄인’입니다. 모든 이의 구원을 선포하는 그 소리는 이사야(기원전 8세기) 예언서에 기록된 그대로입니다. “너희는 주님의 길을 마련하여라. 그분의 길을 곧게 내어라.”(이사 40,3; 루카 3,4)
주님의 길을 어떻게 준비할까요? 산상설교는 내적 참회로 단식과 기도와 자선(마태 6,1-18)을 강조합니다. 지난날 자신의 부끄러운 삶을 성찰하고 주님의 자비를 청합니다. 탐욕과 교만의 산과 언덕을 모두 낮추고 분열과 절망의 골짜기를 메우면 겸손한 어린이가 됩니다. 굽고 거친 내면의 길이 바르고 평탄해지면 ‘구원의 빛’이 비칩니다.
세례는 평생 한 번 받지만 완덕의 길을 걷는 회개는 평생 걸립니다. 사해의 쿰란 공동체 회원들은 날마다 물에 잠겨 몸을 정화하는 규칙을 지킵니다. 기도와 성사로 씻고 또 씻은 뒤 주님만을 바라봅니다. 광야에서 외치는 요한의 소리는 지나가도, 주님 말씀은 영원합니다. 자비와 진리로 정화된 영혼은 이제 ‘사랑의 샘’입니다.
진리를 따르는 그리스도인에게 바라시는 하느님의 뜻은 “언제나 기뻐하고, 끊임없이 기도하며, 모든 일에 감사하는 삶”입니다.(1데살 5,16-18) 주님 말씀을 모신 깨끗한 마음의 샘에서 사랑이 샘솟는 줄 압니다. 삶의 뿌리는 사랑이기 때문입니다.
코로나19와 함께하는 힘든 삶에도 오시는 주님의 길을 기쁜 마음으로 준비함은 참 행복의 길입니다. 새 희망을 품고 대림 촛불 앞에서 주님 은총에 감사기도를 드리며 선악을 분별합니다. 어두운 세상에 가까이 함께하러 오시는 주님을 깨끗한 내면의 성전에 모시렵니다. 저희가 언제나 주님과 사랑의 일치를 이루게 하소서. 아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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