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이야기] “행복하여라” [아슈레] 이승엽 미카엘 신부(선교사목국 신앙교육부)
이야기를 시작하면서 이 글을 읽는 분들에게 “제가 질문 하나 드려도 되겠습니까?”
(질문) 만약 오늘날 밤 잠자리에 들었는데 주님의 천사가 나타나 내일 아침에 죽는다는 사실을 알려준다면, 우리 입에서 나오는 첫마디는 무엇일까요?
대부분 부정적 표현이거나 시간 연장에 대한 간절한 요청일 듯합니다. 그러나 의외로 “행복합니다.”라고 고백하는 사람도 있을 것입니다. 그런 사람에게 주님을 직접 뵙는 것은 커다란 기쁨이요 행복일 것입니다. 그런데 이처럼, 죽음 앞에서 절망과 좌절이 아닌 기쁨과 행복을 가질 수 있는 이들이 우리 그리스도인입니다.
우리는 참으로 행복할 수 있는 길을 배워 알고 있습니다. 바로 마태 5,3-10에 나오는 여덟 가지 행복 선언(진복팔단)입니다. 이 행복 선언은 예수님께서 우리에게 직접 가르쳐주신 것입니다. 이 가르침을 알아듣고 실천하는 이는 누구나 행복해질 수 있습니다. 정말로 기쁜 소식(복음)이지요.
행복해지기 위해서는 가장 먼저 예수님의 가르침을 올바로 알아들어야 하겠습니다.
예수님께서 행복에 관한 가르침을 주시면서 가장 먼저 하신 말씀은 “행복하여라.”입니다. 교회의 공식 용어인 라틴어로 행복은 beatitúdo[베아티투도]입니다. 이 어휘는 동사 beare[베아레]와 명사 attitúdo[아티투도]의 합성어입니다. beō[베오]는 ‘복되게 하다’, attitúdo[아티투도]는 ‘태도, 마음가짐’을 의미합니다. 즉, 행복은 세상이 말하듯, 정해진 상태로 단지 주어지거나 수동적으로 아무 일도 일어나지 않는 것이 아닙니다. 그것은 각 개인의 능동적 ‘태도나 마음가짐에 의해서 복을 받게 되는 것’을 뜻합니다. 물론 이 복은 하느님에게서 오는 것이지요.
구약성경의 언어인 히브리어로 행복을 뜻하는 단어는 [바루크]와 [아슈레] 두 가지입니다. [바루크]는 인간에 대한 축복뿐 아니라 하느님을 향한 찬미에도 사용되는 반면, [아슈레]는 인간을 향한 축복을 표현할 때만 사용됩니다. 예수님께서 말씀하신 행복은 [아슈레]입니다.
구약성경에서 [아슈레]는 주로 하느님께 충성을 다하는 백성들에게 주어졌습니다. “행복하여라! 악인들의 뜻에 따라 걷지 않고 죄인들의 길에 들지 않으며 오만한 자들의 자리에 앉지 않는 사람”(시편 1,1). “행복하여라, … 그 얼에 거짓이 없는 사람!”(32,2) “행복하여라, 주님을 하느님으로 모시는 민족”(33,12).
그리고 고난을 인내하는 백성들을 격려할 때도 사용되었습니다. “행복하여라, 그분께 피신하는 이들 모두!”(시편 2,12) “행복하여라, 그분을 기다리는 이들 모두!”(이사 30,18) “행복하여라, (…) 견디어 내는 이들! (…) 끝 날에 일어나 네 몫을 받을 것이다”(다니 12,12).
[2021년 11월 28일 대림 제1주일 의정부주보 10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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