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도행전을 따라가는 성경의 세계] 안티오키아 귀환과 3차 선교여행 시작 이창훈 알퐁소(전 평화신문 편집국장)
코린토에서 1년 6개월을 머물며 하느님 말씀을 전한 바오로는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와 함께 시리아, 더 정확하게는 시리아의 안티오키아를 향해 떠납니다. 이들은 켕크레애로 가서 배를 탑니다. 켕크레애는 코린토의 두 외항 중 하나인데 동쪽으로 10km 남짓 떨어진 에게해 쪽 항구였습니다.
바오로는 배를 타기 전에 머리를 깎습니다(사도 18,18). 머리를 깎는 것은 자신을 주님께 봉헌하는 나지르인 서약을 할 때 하는 예식입니다. 이 경우 서약 기간이 끝날 때까지는 머리털을 자르지 말아야 합니다(민수 6,1-21). 그런데 구전으로 전해지는 유다인 율법을 담은 ‘미슈나’에 따르면 서약을 두 번 이상 하는 사람은 서약 기간 사이에 머리털을 자르라는 규정이 있어, 바오로가 머리털을 자른 것은 바로 이 규정을 따른 것이라고 학자들은 봅니다.
에페소를 거쳐 안티오키아로
코린토를 떠난 바오로 일행은 먼저 소아시아 지방 서쪽 끝 에게해 연안에 있는 에페소로 갑니다. 에페소에 도착하자 바오로는 두 사람을 남겨둔 채 혼자 회당으로 가서 유다인과 토론을 벌입니다. 그들이 바오로에게 좀 더 머물러 주기를 청하지만, 바오로는 하느님 뜻이라면 다시 오겠다는 말을 남긴 채 배를 타고 에페소를 떠납니다. 그러나 프리스킬라와 아퀼라 부부를 그곳에 남겨둡니다(사도 18,19-21). 바오로가 에페소에 오래 머물지 않고 떠나면서 아퀼라와 프리스킬라 부부를 남겨둔 것은, 에페소가 오늘날 터키 땅인 소아시아 서쪽 아시아 지방의 수도로서 대단히 큰 도시여서 이 부부가 선교 거점을 마련해 놓으면 다시 올 생각이었기 때문입니다.
에페소를 떠난 바오로는 지중해 연안 도시 카이사리아에 내려 예루살렘으로 올라가 그곳 교회에 인사한 후 안티오키아로 돌아옵니다(사도 18,22). 바오로가 바로 안티오키아로 가지 않고 예루살렘까지 올라가 그곳 교회에 인사한 것은 어머니 교회 격인 예루살렘 교회와 일치하고자 하는 바오로의 뜻을 보여준다고 하겠습니다. 이로써 바오로는 2차 선교여행을 모두 마무리합니다.
바오로는 2차 선교여행을 1차 선교여행을 통해 복음을 전한 키프로스와 소아시아 땅의 도시들을 방문해 형제들을 격려하자는 취지에서 준비했습니다. 그러나 1차 선교여행 때 조수로 데려간 요한 마르코를 두고 바르나바와 의견이 맞지 않아 바르나바가 택한 여정과는 반대로, 시리아와 킬리키아를 거쳐 소아시아 중북부인 갈라티아와 프리기아를 관통해 소아시아 땅 서북쪽 끝 트로아스에 이르렀습니다. 그리고 그곳에서 환시를 받아 마케도니아로 건너가 필리피에서 리디아와 그 집안을 신자가 되게 했습니다. 이어 테살로니카, 베로이아를 거쳐 아테네에 이르고 마침내 아카이아 지방의 수도 코린토에서 18개월을 지낸 후 에페소를 거쳐 안티오키아로 돌아온 것입니다. ‘성경’의 연대표에 따르면, 바오로의 2차 선교여행은 50년 겨울 무렵부터 52년 여름 사이에 이뤄졌습니다.
3차 선교여행의 시작
안티오키아에서 한동안 지낸 바오로는 다시 길을 떠나 “갈라티아 지방과 프리기아를 차례로 거쳐 가면서 모든 제자들의 힘을 북돋아 주었다”(사도 18,23)라고 사도행전은 전합니다. 바오로가 3차 선교여행을 시작한 것입니다. 갈라티아와 프리기아는 바오로가 2차 선교여행 때 거쳐 간 지방들입니다(사도 16,6 참조). 그렇다면 바오로는 2차 선교여행 때 그 지역에 말씀을 전해 제자가 된 이들을 3차 선교여행을 시작하면서 다시 찾아가 믿음이 굳세어지도록 격려했다고 할 수 있을 것입니다. 마치 1차 선교여행 때 거쳐 간 데르베, 리스트라, 이코니온,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 같은 도시들을 2차 선교여행 때에 다시 찾았듯이 말입니다. 바오로는 3차 선교여행 때도 이 도시들을 거쳐 갔을 것입니다.
소아시아 중부에 있는 피시디아의 안티오키아에서 계속 서쪽으로 가면 콜로새, 히에라폴리스, 라오디케이아 같은 성경의 도시들이 나옵니다. 콜로새는 에페소에서 동쪽으로 200㎞가량 떨어진 곳으로, 신약성경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에 나오는 바로 그 콜로새입니다. 히에라폴리스와 라오디케이아는 콜로새 인근의 도시들로 모두 콜로새 서간에 언급되는 도시들입니다(콜로 4,13). 라오디케이아는 요한 묵시록에 나오는 일곱 교회 가운데 하나이기도 합니다(묵시 1,11). 히에라폴리스는 오늘날 관광객들이 찾는 유명한 온천 휴양지인 파묵칼레와 아주 가깝습니다. 이 성경의 도시들은 지진 등으로 오늘날 유적만 남아 있습니다. 특히 콜로새는 유적조차도 대부분 땅속에 파묻혀 버렸지만, 발굴은 거의 이루어지지 않고 있습니다.
바오로가 이 도시들을 거쳐 갔는지는 확실치 않습니다. 그렇지 않을 가능성이 큽니다. 설사 거쳐 갔다 하더라도 말씀을 전하지는 않았을 것이라고 학자들은 봅니다. 바오로가 감옥에서 썼을 것이라고 해서 ‘옥중 서간’으로 알려진 콜로새 신자들에게 보낸 서간은 이 도시들에 공동체가 형성된 것은 바오로의 선교 활동에 의해서가 아니라 바오로의 제자인 에파프라스의 선교 활동으로 형성된 공동체임을 드러내고 있기 때문입니다(콜로 1,7; 4.13 참조).
아폴로의 에페소 선교와 바오로의 에페소 도착
한편, 바오로가 에페소를 떠난 후 에페소에는 알렉산드리아 출신의 아폴로라는 유다인이 도착합니다. 달변가이며 성경에 정통한 아폴로는 열정적으로 주님의 길에 관해 가르쳤으나 요한의 세례만 알고 있어서 프리스킬라와 아퀼라가 그에게 더 정확하게 설명해 줍니다. 그 뒤 아폴로가 아카이아로 건너가고 싶어 하자 에페소의 형제들은 그를 격려하며 떠나보냅니다. 아카이아의 코린토로 건너간 아폴로는 예수님이 메시아이심을 논증하면서 유다인들을 논박해 그곳 신자들에게 큰 도움을 줍니다(사도 18,24-28). 그러나 아폴로가 코린토에서 선교 활동에 성공을 거두면서 코린토 교회에서는 바오로 편이니, 아폴로 편이니 하면서 내분이 생깁니다(1코린 1,11-12).
아폴로가 에페소를 떠나 코린토에 있을 때 바오로는 내륙을 거쳐 마침내 에페소에 도착해서 몇몇 제자를 만납니다. 그런데 그들은 성령을 받지 못했습니다.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은 것이 아니라 요한의 세례, 곧 회개의 세례만 받았기 때문입니다. 그들은 예수님 이름으로 세례를 받아야 한다는 바오로의 말을 듣고 주 예수님의 이름으로 세례를 받습니다. 그리고 바오로가 안수하자 성령께서 그들에게 내리시고 그들은 신령한 언어로 말하고 예언을 합니다. 그들은 열두 사람쯤 되었다고 사도행전은 전합니다(사도 19,1-6).
오순절에 한자리에 모여 있던 제자들에게 성령이 내리셨을 때, 그리고 카이사리아에서 베드로의 설교를 듣고 있던 코르넬리우스 집안사람들에게 성령이 내리셨을 때와 같은 현상이 에페소에서도 일어난 것입니다. 바오로의 본격적인 에페소 선교는 이렇게 시작됐습니다.
[월간 레지오 마리애, 2021년 12월호]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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