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함신부가 들려주는 성경 인물 이야기] 드보라 함원식 이사야 신부(갈전마티아 본당 주임)
이집트를 탈출한 이스라엘 백성이 하느님께서 약속하신 젖과 꿀이 흐르는 땅에 자리 잡는 일은 쉽지 않았습니다. 가나안 땅이 비어 있는 것이 아니라, 이미 여러 민족이 터 잡고 살고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스라엘은 그들과 수많은 전투를 치르며 상당한 시간이 지난 뒤에야 나라를 세울 수 있게 됩니다. 이 시기 이스라엘 백성을 이끌던 지도자들이 판관입니다.
첫 번째로 소개할 판관은 드보라입니다. 꿀벌이라는 귀여운 이름이죠. 그런데 드보라는 판관 중에서도 특별합니다. 가부장제 사회인 이스라엘에서 여성이 지도자가 되는 것은 아주 예외적인 일이었습니다. 또한, 드보라는 판관인 동시에 예언자이기도 했으며, 다른 판관들과는 달리 직접 전투를 지휘하지도 않았습니다.
드보라가 등장하는 배경은 하초르와의 전투입니다. 하초르는 가나안의 모든 왕국의 우두머리로 불렸고(여호 11,10), 그 임금은 곧 가나안 임금이라 불렸을 정도로(판관 4,2) 강력한 나라였습니다. 병사의 수는 이스라엘이 더 많았지만, 하초르 군대는 철기 무기로 무장했으며 병거를 갖고 있었습니다. 청동 무기는 철기 무기를 당해내지 못했고, 특히 병거는 오늘날 전차와 같이 전장을 지배한 무서운 고대 무기였습니다.
이스라엘 군대는 처음에 타보르산 위에 진을 쳤습니다. 병거가 기동할 수 없는 그곳에서는 조금이라도 유리한 싸움을 할 수 있었겠죠.
하지만 승리를 약속한 하느님의 말씀을 굳게 믿은 드보라는 병사들을 산 아래로 내려보냅니다. 그나마 유일한 지리적 이점을 포기한 것입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대승을 거둡니다.
이 승리를 합리적으로 설명하기도 합니다. 전투가 벌어진 곳은 키손천입니다.(판관 4,7) 키손천은 하나의 하천이 아니라, 가나안 땅에서도 곡창지대로 이름난 이즈르엘 평야를 가로지르는 여러 줄기의 하천을 통칭합니다. 이 하천 주변은 습하고 곳곳에 펄이 형성되어 있었습니다. 특히 우기에는 병거의 바퀴가 빠지고 헛돌아 무용지물이 되기에 십상이었죠. 그래서 이스라엘 군대가 하초르 군대를 물리칠 수 있었다는 말입니다. 드보라는 이렇게 노래합니다: 키손천이 그들을 휩쓸어 가 버렸네. 태고의 개천, 키손천이.(판관 5,21)
그렇다고 해도 보병이 감히 대적할 수 없다고 여겨졌던 병거가 빼곡히 진을 친 곳을 향해 돌격할 수 있었던 용기의 원천은 믿음입니다. 자신뿐 아니라 백성 전체를 믿음의 길로 이끈 드보라는 진정한 지도자의 표상입니다.
[2022년 2월 6일 연중 제5주일 가톨릭안동 3면] |
'<가톨릭 관련> > ◆ 성 경 관 련' 카테고리의 다른 글
[말씀묵상] 연중 제8주일 - 이기심 버리고 (0) | 2022.02.27 |
---|---|
[성지에서 만나는 성경 말씀] 갈릴래아 바다 (0) | 2022.02.26 |
[성경 맛들이기] 성경의 자구적(字句的) 의미와 영성적 의미 (0) | 2022.02.24 |
[바오로가 갈라티아인들에게 보낸 편지] (17) 성령을 받은 갈라티아인들 (0) | 2022.02.23 |
성경이 말해주는 기도 (0) | 2022.02.22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