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경 속 특별한 인물들] 거짓말도 당당한 사기꾼, 야곱 허영엽 마티아 신부(홍보위원회 부위원장)
“신부님, 우리나라에서 어떤 범죄 사건이 가장 많은지 아세요?” 평소에 잘 알고 지내던 한 변호사가 저에게 질문을 한 적이 있습니다. “솔직히 깊이 생각해보지 않았는데, 혹시 폭행? 절도?” “우리나라에서 가장 많은 범죄는 사기예요.” 사기가 나쁜 것은 기본적으로 사람의 믿음을 기만하기 때문입니다. 재물에 대한 욕망 때문에 소중한 사람과 맺은 인연을 잃기 십상입니다.
야곱은 하느님에 대한 믿음이나 세속적인 삶 모든 것에서 열정적인 인물입니다. 그런데 쌍둥이 형제 에사오는 야곱과 태어날 때부터 다른 점이 많았습니다. 신체적 특징은 물론 내면적으로도 에사오가 외적인 열정이 있는 외향적인 인물이었던 반면, 야곱은 조용하고 신중하게 지내는 내향적인 인물이었습니다. 두 사람은 성격도 너무 달랐습니다. 재미있는 것은 아버지 이사악은 사냥을 잘하는 에사오를, 어머니 레베카는 조용하고 신중한 야곱을 더 마음에 두었다는 점입니다. 그런데 이런 부모의 편애는 형제가 성장하면서 서로 경쟁하는 의식을 과열시키고, 자녀들이 예상하기 힘든 마음의 상처를 안고 살아가게 할 수 있습니다. 부모는 전혀 인지하지 못해도 형제자매들을 서로 비교하거나 편애하는 말과 행동을 함으로써 자녀들에게 상상할 수 없는 부정적인 상처를 안겨주고 평생 영향을 줄 수도 있습니다.
한편, 에사오가 사냥에서 돌아와 허기가 졌을 때 야곱이 끓이고 있는 붉은 죽을 보고 조금만 달라고 사정합니다. 야곱은 이 절호의 기회를 놓치지 않습니다. 야곱은 죽을 주는 대가로 장자권을 자신에게 팔라고 합니다. 상대의 가장 취약한 부분을 이용하는 야곱의 기만을 엿볼 수 있습니다. 아버지 앞에서도 야곱은 자신이 에사오인 것처럼 위장하고 하느님의 이름을 파는 거짓말을 서슴지 않은 끝에 아버지를 속이고 장자권을 탈취합니다.(창세 27,19-20)
야곱은 자신을 해치려는 에사오를 피해 외삼촌 라반이 있는 곳으로 도망칩니다. 그런데 라반은 야곱에 비해 한수위였습니다. 라반은 야곱의 마음을 간파해서 자신의 두 딸, 라헬과 레아와 맺을 결혼을 미끼로 아주 오랫동안 그를 자신의 곁에 붙잡아 놓습니다. 이렇게 야곱이 라반에게 당하는 입장으로 바뀌자 억압된 분노가 마음에 자리 잡았을 것입니다. 식솔과 재산을 챙겨 고향으로 몰래 돌아갈 때 라반은 뒤쫓아가 야곱을 붙잡습니다. 그때 야곱은 억눌려있던 감정들을 쏟아냅니다.
목표를 이루려는 욕심이 지나치면 인간은 거짓과 기만에 빠지기 쉽습니다. 야곱은 형의 장자권을 빼앗을 때 두려움은 가졌지만, 죄책감은 느끼지 않았습니다. 오히려 형이 소중한 것을 지키지 못하는 잘못을 저질렀다고 생각했을지도 모릅니다. 또한 외삼촌 라반의 행동이 잘못되었다는 생각에 야곱은 그간 자신의 행동도 모두 합리화하고 자신이 정당하다는 논리로 무장했을 수 있습니다. 이런 사람들은 자신이 더 큰 상처를 받았다고 생각하기에 거짓말을 할 때도 별 죄책감을 느끼지 않습니다. 거짓말이 나쁜 것은 어느새 나쁜 습관이 되어 버리고 다른 사람의 피해를 정당화 시켜 공감도 못한다는 것입니다.(창세 25,19-33,20 참조)
[2022년 3월 13일 사순 제2주일 서울주보 5면] |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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