최성아 시인 / 네게 가는 시간
속을 홀랑 뒤집어 하얗게 털고 싶다
먼지 낀 혀 놀림을 물살에 닦아낸다
과체중 뒤뚱거리는
욕심덩이 녹이며
최성아 시인 / 내 안에 오리 있다
햇살 여린 삼동 하천 오가는 인파 속에 시린 발 쬐고 있는 여유로운 오리들이 바람을 불룩하게 가르는 다운 떼에 놀란다
뽀송한 털을 채워 두둑이 겨울을 누빈 수백의 뒤뚱거림 활보하는 긴 산책길 두려워 흘깃거리며 찬 물속에 뛰어든다
추위를 팔기에도 다운 점퍼 제격인데 윗도리 잠금 풀면 피투성이 울음 샐 듯 꽁지깃 균열의 틈에 서걱거리는 상처들
최성아 시인 / 아름다운 자유
길 찾아 헤매느라 소리도 잃은 걸까 강에 다다른 하천 주눅이 들었을까 갇힌 채 야위어가는 입동 지난 물길들
마음껏 달려오다 옭매인 물살들이 안으로 부대끼다 서서히 닫아건 입 물소리 힘을 올리면 흐를 길이 열리겠지
바위 뚫고 나오는 아주 작은 틈을 본다 졸졸 힘 끌어 모은 아우성이 바람 타고 먼먼 길 물꼬를 트는 아름다운 저 자유
최성아 시인 / 직선과 곡선
구서에서 동래 가는 온천천 두 갈래길 빠르고 반듯한 느리고 구불구불한 망설임 오고 간 자리 생각자국 촘촘하다
잘 닦여 편해 뵈는 도시철 지상 구간 앞만 보고 내닫는 익숙한 시간에도 건조한 속력이 낳은 뒷모습은 야위고
달리다 앞지름도 풀섶 거닌 여유도 빠르면 빠른 만큼 느리면 또 그만큼 하루해 넘기고 받을 아우르는 길이 있다
최성아 시인 / 곡우
산책로 길섶으로 이별 흔적 늘어놓은 짧은 만남 뒤로한 팔딱이는 꽃잎 있다 어질한 생을 내닫다 바람 따라 드러누운
역류한 숭어들의 흩뿌린 비늘 몇 개 시간을 이어주는 봄 조각 주워들면 하천은 여름 덧대는 재봉틀을 돌린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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