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휴 시인 / 장마
새들이 사람들을 물고 타워크레인 꼭대기로 날아갔으므로 사람들은 제 목소리를 버리고 빗소리로 말을 했다 비를 핥고 있는 개도 표정을 드러내지 못했다 조작된 사람들은 아예 거리에서 생략되거나 마침내 오류 중인데, 젖은 간판들은 제 몸을 부풀려 구름이 되려한다
타워크레인 꼭대기에서 나는 분실 된다
생성을 위한 프로그램도, 비밀번호도 없다 일부의 사람들은 날개를 말리고 있었고 또 일부는 바람인형처럼 주기적으로 말을 키우려 한다 눈을 마주치는 일마저 시뮬레이션을 거치지 않은 질주였다 결국 비의 장기마저 출렁거렸다는 것
사람의 심정도 습도에 의해 결정 되었다는 것
던킨도너츠 가게를 나서는 여자는 제 몸에 생크림을 가득 채워 넣고 구름의 무게로 에로틱해졌다 내 습도는 찍어먹을 수는 있지만 배후는 총구처럼 위험하다 병적이지만 그녀에게서 내 물 기는 온전했다 그녀의 귀에 매달린 나는 한껏 부풀었지만
내 범위는 비의 안이다 늙은 가수가 울부짖듯 '여러분'을 부르고 있었다 핸드폰과 7시 사이에 여러분들이 분주하지만 나는 너의 분실물이다 그 스페이스에 또 비가 쏟아진다 여러분들이 갈팡질팡 하는 동안 몇몇은 정지 상태로 삭제되고 있었다
나는 적당히 범람했다 나와 아무 상관없는 여러분들이 건너편에서 나를 죽어라 퍼낸다 결국 여러분들은 건너오지 못한다 과장된 깊이라서 나는 절대로 줄지 않았다 여전히 무료하고 NO NO를 연발하고 있었다
오늘도 경비아저씨는 나를 느끼지 못할 것이고 노출된 여러분은 종일 비를 맞을 것이고
김휴 시인 / 물을 연습하다
누수의 각으로 물의 건축법을 이해하려 했다 수심을 잘라먹는 물고기 방식의 대화는 어둠을 먼저 던져 보는 것으로 시작하게 되었고 부유하는 굿모닝은 한 번도 눈을 뜨지 않았어
머리에 급류의 심리를 이식하고 있었다
깊은 혀를 가진 바람은 난감한 고백을 지속적으로 날려 보내고 어느 덧 고요해진 수면이 새의 나르시즘을 위해 물의 눈을 키우고 있었다 아직도 불안한 자세에서 흘러나오는 물결의 당도가 궁금해진다
뜨거워지는 각도에서 젖은 것들을 불러들이면 안 되는 일이지 의문을 품기도 전에 비밀스럽게 엄마의 수심을 결정하는 방식은 아버지의 어떤 물결에서 시작 되었을까
결심할 수 없는 것은 머금고 있을 수밖에 없겠다
각을 잡지 못한 새의 울음은 아직도 미개봉 상태, 막 태어난 구름의 탯줄을 잘라 주지 못했다 쓸쓸함에 익숙해질 때까지는 한쪽 방향으로의 누수를 고집하고 수십 개의 얼굴로 거울을 보는 버릇은 미행을 위한 연습, 아직도 물은 포옹에서부터 아득하다
물의 뼈가 부러진다
처음 자세의 것들은 제자리걸음으로 쓸쓸함을 잠재우려 하고 터닝포인터는 좀처럼 마르지 않는 안구의 고집 같은 것, 떠나갔던 것들이 반드시 돌아와야 하는 물결은 가두면 안 되는 일이다
불규칙한 시차에서 번져오는 각의 이유가 물을 연습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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