서영택 시인 / 들판을 몰고 가는 소
어린 소가 햇살을 뜯고 있다 오후 두 시를 먹이는 것은 초록의 차지다
일찍 철이 든 까닭인가 들판은 게으름 없는 바람을 부려놓는다
울음도 어리고 뜨거운 숨소리도 어린 그 시절 나를 몰고 산으로 가는 소야
한 방울의 뜨거움을 되새김하던 맑고 순한 눈동자가 나를 끌고 간다 휘어진 언덕 끝으로 세상을 몰고 간다 경사는 더 심해지고 접힌 그늘의 무릎이 무언가를 삼키고 있다 그 안에 용광로 같은 뜨거운 태양과 간밤에 몰아치던 폭풍우가 함께 섞여 있다 느린 듯 끊임없이 몰고 가는 보이지 않는 움직임, 허공을 가득 채운다
소도 소년도 없는 들판 나는 어디에 서서 어린 소의 울음을 듣는가 너무 늦게 철이 든 까닭인가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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