안미옥 시인 / 배움(學)
두 손안에 세계 얼퀴고 설퀴어 음과 양의 조화를 이루었네
내가 너인 듯 네가 나인 듯
유형의 물질 속에 무형의 본질을 알아채지 못하고
세상사 욕망의 늪에 헤매는 나
세상의 빛에 가려 어둠의 장막을 거두니 세상은 자연과 하나인 나를 본다
안미옥 시인 / 인仁은 함께 함이다
인은 타인을 사랑하는 것이다 아니 마음의 덕이요 사랑의 이치며 만물의 이치다
옛 성현의 말씀 비단 무늬에 새겨 도포 자락 하늘 높다 무명의 옷자락에 새겨진 충忠과 서恕 함께함이 아니던가
하늘과 땅 하나 되는 삼백예순날 인은 함께함이다
안미옥 시인 / 페인트
책상처럼 앉아서 네가 흘러내릴 때
나는 보고 있다 닦지 않고 그냥 둔다
방관자는 건너뛰고 있다. 사과와 하품, 이면도로를 그 와중에 미끄러져 버리는 타이밍을.
아주 좋은 집으로 고쳐줄게요
벽에 문틀을 끼워 넣고, 철계단의 녹을 칠하면서 다음 집으로 이동할 때
마주치지 않는 방향을 두고 방이 많을수록 닫힌 문이 많아진다는 걸 알게 되었다. 우리는 늘 하나의 방에서 살았지만,
주인을 만나는 일이 어렵다는 것. 단 하나의 문마저도 남의 것이어서. 나는 더 많은 방을, 더 많은 문을 만들고
세입자가 들어오기 전에 집을 비워준다. 책상처럼 앉아 있는 나를, 흘러내리는 나를, 닦지 않고 그냥 둔다. 공사를 마치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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