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왕노 시인 / 붓다를 찾아
나를 빈둥빈둥 노는 건달(乾達)로 부르나 건달(乾達)은 천상의 신성한 물 소마(Soma)를 지키는 신 사자갈기 같은 관을 쓰고 다니는 신 나는 붓다를 찾아 건달도 되고 가장 길고 영원하다는 무한 겁을 지나 만나는 붓다가 내 정염의 여인일 수 있고 종아리를 후려치는 어머니일 수 있고 일주문의 사천왕일 수 있고 내 붉은 심장을 돌칼로 꺼내 해에게 제물로 바치려 해도 좋은 붓다를 찾아 내 가슴 한 가운데 어리연꽃 노랗게 피워줄 붓다를 찾아 붓다가 깨닫듯 설익은 나도 나를 깨닫고 신성과 일월과 유한과 무한을 노래하려 성대가 꽃잎처럼 너널거리도록 온몸이 성대인 듯 끓어오르는 노래 내 노래가 나만의 노래가 아니라 나 같이 붓다를 찾아가는 자의 길잡이 노래 진리와 불타(佛陀)를 관찰사념(觀察思念)으로 이성과 지적 목마름으로 붓다를 찾아 해탈의 언덕에서 파초 이파리처럼 광음에 나부끼는 붓다의 그림자를 찾아 중생제도(衆生濟渡)의 측은지심( 惻隱之心)으로 무색계(無色界)의 천상에서 오욕칠정에 물든 지상에 구도자로 내려오신 붓다를 찾아 한없이 넓은 그의 슬하를 찾아 잘못된 길로 나락(奈落)으로 떨어진다 해도 그마저 붓다를 찾아가는 길 다반사(茶飯事)가 곧 선에 이른다지만 그것은 너무 소극적인 것 때로는 뿔을 앞세우고 달리는 일각수처럼 불알에 힘이 꽉 차고 강철 같이 휜 등으로 뜨거운 콧김 내뿜는 이중섭의 소처럼 앞으로 내달리려는 신전 같은 장딴지가 내게 있어 붓다를 찾아 수십 번 다비로 내가 사라지더라도 멈출 수 없는 붓다를 찾아가는 일 마음의 본성이란 참모습인 면목이 설 때까지 숱하게 내가 세상에 빌어주는 명복(冥福) 내가 내게 불어주는 명복(冥福)이라며 꽃피면 꽃 걸음으로 새가 울면 새 울음으로 바람 불면 바람의 몸짓으로 때로는 한계령을 넘고 그리움의 유혹을 넘어 자꾸 매달리는 꽃 피는 시절마저 뿌리 치고 오로지 내 일은 붓다를 찾아가는 일 원융무애(圓融無碍)로 다함이 없는 덕을 지닌 무진장으로 별 밝은 밤이라고 몇 리 길 더 걷고 소쩍새 울면 소쩍새 울음에 젖어 더 걷고 전생의 여자가 두고 온 내 뼈로 뼈 피리를 만들어 부는 소리를 들은 듯 가끔 절절한 마음으로 전생도 돌아보며 끊지 못한 인연에 애간장이 녹지만 붓다를 찾아 수지불망(受持不忘)하는 묵인(墨印)으로 붓다가 가진 불국토[刹土], 청정한 원력[淨願] 종성(種姓), 출세(出世), 법신(法身), 음성, 지혜 신력자재(神力自在), 무애주(無碍住), 해탈를 찾아 법고(法鼓), 운판(雲板), 목어(木魚), 범종(梵鐘)으로 저녁하늘을 물들이는 사물(四物)놀이를 찾아 가다가 어여쁜 꽃 앞에 중생이기에 주춤하겠지 모든 걸 뿌리치고 주저앉아 유랑하는 구름이 옛날처럼 식은 내 피를 데울 수 없다 하겠지 하나 붓다를 찾아 꽃이 피어도 열매를 맺지 못하는 것이 산화(散華)라 나는 깨달음이란 열매를 얻기 위해 붓다에게 목숨마저 공양으로 바치려 가는 길 세상에서 내 살림살이는 초라하지만 내 몫마저 챙기지 못하므로 오히려 내 것인 별과 나무와 풀과 강물과 바다 경계를 긋지 않으므로 무정 천리 색즉시공공즉시색 (色卽是空空卽是色) 색즉시공공즉시색 (色卽是空空卽是色) 하며 오늘도 내일도 붓다를 찾아 과속으로 때로는 후진과 유턴으로 추돌과 충돌로 수없이 날아든 과속위반 딱지로 절망도 슬픔도 힘이라며 햇살도 실바람도 별빛마저 가난한 등을 가만히 앞으로 밀어가는 힘이라며 시방세계 (十方世界)에 거하는 붓다를 찾아 스승님이라 부르며 업하고 그간의 일을 고하고 흐느끼며 바라 볼 붓다 붓다가 찾아가는 일이 도로아미타불되더라도 아귀(餓鬼)가 되고 아비규환(阿鼻叫喚)으로 아수라장(阿修羅場)으로 야단법석(野檀法席)이라도 붓다를 찾아가는 길에 외도(外道)란 있을 수 없는 일 연꽃 한 송이를 붓다가 비틀어 보여 가섭이 깨닫자 정법안장(正法眼藏), 열반묘심(涅槃妙心), 실상무상(實相無相) 미묘법문(微妙法門), 불립문자 교외별전(不立文字 敎外別傳) 이심전심(以心傳心)으로 전수했던 시간을 찾아 이판사판(理判事判)을 지나 붓다를 찾아 덕행이 높고 나이가 많은 비구(比丘)인 장로(長老)가 설법을 마치고 제자들에게 자, 이제 전도를 떠나자. 하는 붓다가 나의 롤 모델이지만 지금은 붓다를 찾아 내 지고지순한 붓다를 찾아 은장도 가슴에 품은 지조로 오로지 붓다를 찾아 며칠 뒤 화성행궁에 달뜨고 바람 불면 메밀꽃처럼 가슴에 이는 누군가 화사한 목소리 그러나 지금은 붓다의 손끝을 찾아 그림자를 찾아 무색(無色) 무미(無味) 무취(無臭)의 진공(眞空)으로 말끔히 사라지지만 득도한 주인공(主人公)을 찾아 번뇌망상(煩惱妄想)에 흔들리지 않는 참된 자아(自我) 무아(無我)를 누리는 붓다를 찾아 세상은 전쟁터 칼만 들지 않았지 도둑이 득실거리는 곳 붓다는 나만 찾으려는 게 아니라 붓다를 찾아간 내 길이 푸른 루트가 되기를 바라므로 불법(佛法)을 갈구하는 착하디착한 사람 선지식(善知識)이 되어 붓다를 찾아 1 찰나는 75분의 1초(약 0.013초)인데 나도 멸하고 사라지는 찰나의 인간으로 찰나생멸(刹那生滅), 찰나무상(刹那無常)의 길에 섰지만 찾는다는 것은 짧고 길고의 문제가 아니라 그리움의 문제이므로 붓다를 찾아 별마저 찰나라는데 자욱한 찰나의 별 아래 별빛에 젖는 미미한 존재나 붓다를 찾아 천상천하유아독존(天上天下唯我獨尊) 란 탄생게로 인간의 존엄성을 일깨운 붓다 수천수만 그루로 마음에 일어나는 그리움과 오체투지하며 붓다를 찾아 중생의 세계에 출현하여 중생을 교화(敎化)하는 출세(出世)를 위해 붓다를 찾아 내 몸과 마음의 투기(投機)로 붓다를 찾아 근본적 아집(我執)의 해방을 찾아 반야(般若)를 증득(證得)한 해탈을 찾아 내가 나를 버리고 버려진 나를 아깝다 하지 않는 내가 사라진 은하수 푸른 시간을 찾아 오로지 붓다만 있고 내가 없는 구중궁궐 우주를 찾아 블랙홀로 화이트홀로 술잔 속으로 붓다를 찾아 때로 은하철도 999를 타도 좋고 한 장 꽃잎처럼 강물에 휩쓸려도 좋고 붓다의 먼발치에서 자욱한 물안개로 피어났다 영원히 사라져도 좋고 붓다에 목을 매달고 때로 달밤에 본능을 어쩌지 못해 산이 울리게 울부짖다 다시 털을 고르고 산맥을 넘어 붓다를 찾아 시계 꽃이 피어 일제히 째깍대며 시간이 간다고 알리지만 서두르지 않고 시퍼런 날 세운 바람을 헤쳐 나가며 죽창 꼬나들듯 믿음을 들고 붓다를 찾아 잠깐 출가 중일지 모를 붓다 가장 낮은 곳에 있으나 가장 높은 붓다를 찾아 붓다를 찾아가면 여전히 멀리서 설산의 정상처럼 빛나는 붓다의 정신 잡힌 물집이 터지고 아물고 또 물집이 잡혀도 걸었던 전라도 길 같은 황톳길의 아지랑이 게을러져 졸까 조바심치는데 나는 가장 더운 곳에서 가장 차가운 이성으로 가장 추운 곳에서 가장 뜨거운 가슴으로 붓다를 찾아 붓다의 정신을 향해 가면 갈수록 다다갈수 없을 것처럼 더 장엄하고 아득한데 붓다에게 간다 해도 묵시의 탑처럼 내 앞에 우뚝만 할지라도 혹한에서도 결빙을 모르는 객기 같은 꿈 밤새 적설을 이룬 눈은 붓다를 향해 내린 나의 그리움이다. 밤마다 방전된 그리움을 모로 누워 충전하는 밤 내 만약 붓다를 찾아가지 않으면 이렇게 흐느끼지 않았을 걸 한번 출가하면 영원히 집 떠나는 것을 세상에 내 집이란 없고 오직이 붓다가 내 집이란 필연 앞에 누가 멀리서 붓다를 찾아가다 피운 모닥불 가물거리며 주저앉으려던 나를 부추기는데
붓다가 육신을 한 그릇 물처럼 세상에 버리고 한 벌 유골 같은 말씀만으로 거역할 수 없는 중력처럼 끌어당기지만 길이란 누가 밀고 당기고의 문제가 아니라 스스로 걸어가야 더욱 빛나는 길인 것 붓다를 찾아 나서므로 뜨거운 들숨과 날숨 쿵쾅이는 심장, 수축과 이완을 끝없이 하는 그리움 내게 거칠게 닥치는 것은 나를 담금질하는 혈육의 눈길 같은 것 붓다를 찾아가는 길이란 내가 낸 길이 아니라 누가 걸어가며 낸 아름다운 전철이라는 것 붓다를 찾아 간다. 모든 것아 휘몰아쳐오라. 맞바람처럼 해일처럼 덮쳐오라 발걸음을 멈추게 하는 것은 외부가 아니라 나를 지배하는 나라는 것 길을 가다 보면 길에서 생나무의 향기처럼 나는 길의 향기 피골상접해 갈수록 허리가 굽는 것은 기어코 붓다에게 기울어가는 운명적인 몸짓 내가 나를 낚아채지 않는다면 불면으로 나설 길이나 지그시 내가 나를 불러 세우는 밤 밤이어도 멀리서 빛나는 붓다의 정신 쉬엄쉬엄 오더라도 끝내 기다려줄 것이란 약속 밤이란 붓다를 향한 내 정신이 분열과 분열하는 시간 그러라는 듯 별마저 숨죽인 밤이 아닌가. 끝내 해체할 수 없는 내가 가는 길이 아닌가. 그렇다. 이쯤에서 내가 나를 버릴 시간이다. 오로지 비워진 내 안에 붓다를 채우는 일 그리운 사람의 이름을 가슴에 가득 채우는 것처럼 내 꿈은 펄럭이는 막장 같아 모순적이게 나를 가려버리더라도 신체발부(身體髮膚)는 수지부모(受之父母)니 불감훼상(不敢毁傷)이 효지시야(孝之始也)라는 소학 명륜 편이 자꾸 떠오르더라도 나를 버려야 무엇을 얻는다는 것을 늦어서야 깨닫는다. 하지만 늦었다 해 포기하지 않는다. 늦었을 때가 가장 빠르다는 말 가슴에 한 땀 한 땀 기워준 어머니 사랑의 말씀 때문 이제 나를 내려놓아야 내가 한 발 붓다에게 더 다가서는 길이다. 내가 없어야 비로소 내가 내게 도취되는 일 존재의 바람은 늘 내게서 밖으로 불수 밖에 없다.
* 문화원형백과 불교설화 2004.를 읽다가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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