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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시인과 시(현대)

이선식 시인 / 음복(飮福)

by 파스칼바이런 2023. 5. 2.

이선식 시인 / 음복(飮福)

 

 

나는 외롭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

막걸리를 마셔보라고 권한다

 

유폐된 고립

사람을 멀리할 것

당국은 바이러스의 암호를 해독해서 경고한다

 

오만과 방종을 우월성의 승리로 오독한 결과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죄와 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감고 귀 막겠지만

이미 늦었는지 모른다

 

자본은 브레이크가 제거된 바퀴에게 더 빨리

전속력으로 달리라고 재촉한다

살아남은 종(種)이 꿈틀거릴 때까지 여기는 다시

정적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 별의 동등한 소유권자인 야생은

인간의 독단과 그 결과를 알기나 할까

 

나는 너무 외로워서 나를 분화한다

그렇게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그리고 이 모든 잔은 자신의 위패에 따른

미리 마시는 음복이라고 생각한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이선식 시인

강원도 양구에서 출생. 1999년 《월간문학》 신인상으로 등단. 시집으로  『시간의 목축』 『귀를 씻다』 가 있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