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선식 시인 / 음복(飮福)
나는 외롭다고 한다 그래서 그에게 막걸리를 마셔보라고 권한다
유폐된 고립 사람을 멀리할 것 당국은 바이러스의 암호를 해독해서 경고한다
오만과 방종을 우월성의 승리로 오독한 결과라고 미래학자들은 말한다 죄와 벌에 대해서는 여전히 눈감고 귀 막겠지만 이미 늦었는지 모른다
자본은 브레이크가 제거된 바퀴에게 더 빨리 전속력으로 달리라고 재촉한다 살아남은 종(種)이 꿈틀거릴 때까지 여기는 다시 정적으로 채워질 것이다
이 별의 동등한 소유권자인 야생은 인간의 독단과 그 결과를 알기나 할까
나는 너무 외로워서 나를 분화한다 그렇게 둘러앉아 막걸리를 마신다 그리고 이 모든 잔은 자신의 위패에 따른 미리 마시는 음복이라고 생각한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3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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