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생수 시인 / 돌
그것은 준엄한 침묵 웅장한 우주의 고요
말없음으로 오히려 많은 것 일깨우는 갈매기도 잠든 밤바다의 등대 불빛
고무줄 새총에서 떠난 나의 작고 고운 유년의 돌은 우주로 날아가 별이 되었다
나는 듣는다 말없는 세계의 별빛 이야기를 등대 불빛 이야기를
김생수 시인 / 봄, 시정
봄이 오면 누구나 설레이는 기대 하나쯤 가져도 좋으리라 기금은 색깔조차 누렇게 바랜 그 봄에 서성이던 그리움들을 켜들고 아지랑이 감실거리는 들판이나 봄볕의 애무에 황홀히 취한 강변에 나가 저물도록 누군가를 기다려도 좋으리라
회한이 더께로 앉은 옛 서랍을 두근거리며 열면 기다렸다는 듯 안겨 오는 초록빛 이야기들 촉촉이 젖은 얼굴 한 장 한 장 꽃바람에 널며 세상에 있는 사람 세상에 없는 사람 하염없이 불러봐도 좋으리라
다시 봄이 오면 누구나 설레는 편지 한 통을 들고 오래 잊었던 창문을 두드려도 좋으리라
김생수 시인 / 하늘의 리모컨
시냇물에 헤엄치는 물고기의 저 지느러미, 공중을 날아가는 새들의 저 날갯짓, 나뭇잎에 매달린 벌레의 저 꿈틀거림, 물고기는, 새는, 벌레는 모른다
헤엄치고, 날아가고, 꿈틀거리고, 반짝이고, 빛나고, 피어나고, 흐르고, 내리고, 불어가고, 검고, 희고, 푸르고, 모른다
나의 손톱이, 발톱이 그러하듯이 나의 수염이, 머리카락이 그러하듯이 무엇이 나도 모르게 그것들을 움직이는가
무엇인가, 누군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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