한창옥 시인 / 풍요와 빈곤
폐기된 세상이 500개의 컨테이너에 실린다
고장 난 텔레비전. 오디오장비들이 산더미처럼 수출이라는 이름으로 지구의 반대 나이지리아로 향한다 주파수가 달라서 쓸모없는 것들은 지구 위 중력 없는 물체가 되어 구리를 찾아내기 위해 태워지는 불더미가 된다
생계로 굶주린 라고스의 아이들은 전자제품이 쓰레기더미에서 독하게 반항하는 수은. 납. 카드뮴의 검은 연기에 파묻혀
시커멓게 끄스른 얼굴에 어린 이빨이 하염없이 희다 장갑 없는 상처투성이의 작은 손은 구리. 알루미늄. 쇠붙이를 골라내는 보물상자다
세계인들은 편하게 쓰레기를 처리하고 재활용에 빈곤한 우리의 환경쇼윈도를 본다
수명을 다한 매립지는 쥐들의 왕국이 되어 밤낮 전염병을 되돌려 주는 신나는 놀이터
그렇게 수억 년의 푸른 물을 검게 덮쳐가고 있다
웹진 『시인광장』 2023년 4월호 발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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