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세현 시인 / 거미집
거미처럼 그는 허공에 집을 지었다 나는 땅이 튼튼해요 졸랐지만 그는 땅은 너무 낮아 믿을 수 없어 사람들이 우러러볼 수 있는 높은 곳에 지을 거야 나는 땅에 내려오라 자꾸 달랬지만 그는 뒷걸음치며 허공의 계단을 올라갔다 바람이 불어요 투창 같은 별들이 당신 몸에 박혀요 그가 지은 집은 투명유리처럼 빛을 뿜고 있었지만 허공에 떠 있는 집은 아무래도 무서워 덜덜 떨고 있는 나를 그는 따끈한 구들목에 앉혔지만 조금만 바람이 불어도 삐걱이는 집 창문이 날아다니고 비안개가 온 방을 적시고 발 딛는 자리마다 패인 구름 웅덩이 지상의 불빛에 흐린 눈물 글썽이는데 아! 나는 잠들지 못하고 달의 가슴에 화석처럼 박혀 있다
김세현 시인 / 몸이란 감옥
한 발짝도 움직이지 못하는 그가 입으로 인터넷을 켠다
화면마다 사건과 사람이 범람하고 현란한 색깔들이 회오리친다
꽃을 향해 일초에 수 백번 몸을 떨어 꿀을 꽂는 벌새
관계란 이렇게 고통스러운 것일까 아무도 보아주지 않으면 生 조차도 돌처럼 굳어지는게 아닐까
누워서 바라보는 창 밖으로 고드름 같은 슬픔 ,빛을 켜든다
가끔 화면 가득, 분홍 숨결이 뜨거워지면 비틀거리며 걸어오는 핏빛 욕망이 낯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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