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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규한 신부와 함께하는 기도] (31)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정규한 신부와 함께하는 기도 따라하기] (31) 그들의 눈이 열려 예수님을 알아보았다 가톨릭신문 2023-04-23 [제3340호, 15면] ■ 성경 구절: 루카 24,13-35 엠마오로 가는 두 제자에게 나타나시다. ■ 청할 은총: 우리 주 그리스도께서 누리시는 그 큰 영광과 기쁨에 힘입어 나도 한없이 기뻐하고 즐거워하는 은총을 청합니다. ■ 기도 요점: 1. 엠마오로 가는 길을 생각하면서, 그곳에서 예수님과 제자들이 걸어가는 모습을 상상해보고 그들이 주고받는 대화에 귀를 기울입니다. 엠마오로 가는 제자들처럼 그것이 나의 여행길이라 생각하고 걸어갑니다. 예수님은 내가 엠마오로 가는 여정에 동반자가 되셔서 여러 가지 방법으로 나에게 영적 자양분을 주시면서 어떻게 나의 역사에서 일부분이 되어주시고 계시는.. 2023. 4. 26.
장이엽 시인 / 나는 외 3편 장이엽 시인 / 나는 나는 은하수를 건너온 처녀좌의 원숭이 나는 꼬투리 속에 갇힌 콩알 나는 가로등 밑 거미줄에 걸린 나방 나는 깊은 밤에 혼자 우는 귀뚜라미 나는 뿌리 없이 꺾어 심은 마른 개나리 나는 과자 부스러기를 물고 가는 배고픈 개미 나는 바비 인형의 벗겨진 신발 한 짝 나는 고흐의 파란 방에 놓인 귀 떨어진 컵 나는 억새풀의 반짝이는 은비늘 나는 사하라 사막에 숨어 있는 모래늪 나는 빙하 속에 정박당한 낡은 어선 나는 황태덕장에 걸려 있는 눈 뜬 명태 나는 사라진 명왕성의 먼지 입자 나는 탱탱하게 몸을 조여 울리는 소가죽 나는 투망에 잡힌 물뱀 나는 앙코르와트의 오래 된 사원 나는 악보 안의 4분 쉼표 나는 티베트 고지에서 펄럭이는 오색 깃발 나는 어항 속 수초 사이를 누비는 체리새우 나는 세.. 2023. 4. 26.
이승주 시인 / 십 년 뒤에 만날 사람 외 1편 이승주 시인 / 십 년 뒤에 만날 사람 십 년 뒤에 만날 사람 있다 낮에는 앞산 보면 되고 날 저물어 산 볼 수 없는 캄캄한 밤엔 그 사람 생각 생애 단 한 번의 순간을 호명하지 못하고 꽃을 지난 다디단 단내의 그리움으로 맞이해야 할 밤들 그 사람으로 인해 고쳐질 그 사람으로 인해 깊어진 병 그 사람을 떠올렸다 함께 떠오른 생각 그 사람을 잊었다 함께 잊어버린 생각 지금, 그 시간을 다 찾을 순 없어도 열일곱 여학생보다 마흔이 더 아름다운 그 사람 십 년 뒤에 만날 사람 있다 -시집, 천년의시작 이승주 시인 / 어둠을 생각한다 어둠이 숨 쉬는 아늑한 방. 어둠의 젖내가 좋다. 어둠의 배 위에 누워 창밖의 어둠 속으로 스미는 눈송이처럼 어둠 속으로 녹아든다. 물 속 같은 어둠, 어둠은 지상과 지하가 없어 .. 2023. 4. 26.
김형술 시인 / 말과 구름과 나무 외 1편 김형술 시인 / 말과 구름과 나무 무슨 말로 나무를 그릴 수 있나 어떤 주문으로 나무 속에 들어갈까 나무는 말을 버리고 말은 나무를 이해하지 못한 채 그저 숲가를 서성이는데 그림자를 머리에 이고 그림자도 없이 세상을 떠도는 구름들 구름 속에 커다란 벽들이 있네 어떤 날은 읽히고, 어떤 날은 캄캄한 불타는 도서관이 숨어 있네 절반은 물, 절반은 돌인 저 이상한 경전(經典)들 가벼워라 가벼워 구름 속엔 세상 모든 바람에 흔들리면서 열리지 않는 완강한 서랍들 아무 말 없이도 세상 모든 바람을 읽는 몸이 나무 속에 숨어 있네 말을 몸을 가진 나무 벽의 얼굴을 가진 구름들 아아! 나는 열 수 있을까 -시집 에서 김형술 시인 / 비단길 구름을 향해 날아간 새들은 돌아오지 않는다 구름을 뚫고 오는 날아 나오는 새들은.. 2023. 4. 26.
이위발 시인 / 필론의 돼지 외 2편 이위발 시인 / 필론의 돼지 필론의 돼지처럼 잠자고 있는 것을 흉내 내고 있는데 벌 한 마리 방 안에 들어와 머리 처박다 떨어졌다 다시 처박는데 열려 있는 문 보지 못하고 창호지만 두드리다 어느 사이 빠져나갔는지 모른다 의식이란 스스로 발라놓은 창호지 같아 진실은 사람마다 다를 수 있고 다른 사람의 진실이 나의 진실이 아닐 수도 있는데 하늘 높아 보일 때 사람들이 외로워 보여 높은 것을 싫어하듯 내일을 말하지 않는 사람 곁에서 석 달을 넘기지 못하고 떠나듯 돼지는 뒷걸음질 치며 악을 쓰고 있다 용서할 거리가 없다고 우기는 사람에게 용서하는 것이 얼마나 힘든지를 이위발 시인 / 오필리아 푸른색이 오로라처럼 엉겨 있고 고개 숙여 밑을 보니 푸른 물이 발가락을 물고 있었다 ​ 순간, 감이 좋았다 ​ 푸른색이 .. 2023. 4. 26.
김정현 시인(장흥) / 광장 집회 김정현 시인(장흥) / 광장 집회 자격을 운운하는 인간이 한바탕 고통을 노래할 때 우리는 웃습니까 비웃습니까 한낮의 깔깔거리는 평화 속에서 누군가의 절규가 폭염처럼 내리쬐는 건 하루의 축복이라고 우리는 아무도 모르게 중얼거립니다 너와 내가 내뱉은 간단명료한 말이 어떤 이의 심장을 시궁쥐처럼 갉아 먹는 게 이토록 아름다운 독백이면서 방백이란 걸 알게 된 후로 희망은 절망의 망각으로만 빛났고 우리는 더 이상, 기적과 운명과 영혼 따위는 말하지 않았습니다 세계가 전염병傳染病으로 몰락의 직전인데도 우리의 생활은 맹목적인 사랑과 분노로 나뉘어 여태 죽임과 죽음을 무한반복 시위하고 우리는 버려진 쓰레기들처럼 모여 타인의 심장을 슬며시 만지작대다, 이내 무심히 마음의 쓰레기통에 처박아버리는 것이었습니다 증오의 복판으.. 2023. 4. 26.
[기획] 5년 새 8배 늘어난 연명의료 중단 사례 [기획] 5년 새 8배 늘어난 연명의료 중단 사례 가톨릭이 바라본 연명의료는? 생명의 존엄성 바탕으로 신중에 신중 기해야 가톨릭신문 2023-04-23 [제3340호, 15면] 연명의료, 임종 앞둔 환자에 대한 불균형적 시술 의미 환자 개개인 상태에 따라 연명의료 해당 여부 살펴야 ‘존엄사’로 미화된 의사조력자살 ‘안락사’와 혼동해선 안 돼 어떤 상황에도 수분·영양 공급 등 기본 돌봄은 필수 이탈리아 베르가모의 요한 23세 병원 중환자실에서 의료진이 한 환자를 돌보고 있다. 보건복지부에 따르면, 우리나라에서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된 이후 5년 만에 연명의료 중단 사례가 약 8.4배 늘었다. 2018년 2월 연명의료결정제도가 시행되면서 5년 만에 연명의료 중단 사례가 약 8.4배 늘었다. ‘과도한 의학적 .. 2023. 4. 26.
이희섭 시인 / 잠귀 외 2편 이희섭 시인 / 잠귀 귀만 달린 짐승이 서성거린다 밤이면 달에서 몰래 빠져나와 검은 초원을 뛰어다니는지 귓가에 발자국 소리 가득하다 고요의 귀퉁이에서 꿈의 안쪽까지 깃들어 울창해지는 귀 쫓기고 쫓기다 반토막난 생각들이 잠속에서 무리지어 귀를 곤두세운다 작은 소리에도 놀라는 여린 짐승 뒤척임 속으로 파고드는 허기진 그림자 이편과 저편을 넘나들며 대낮에도 무시로 나타나 없는 꼬리 세우고 꿈을 훔친다 매일 밤 낯선 행성에서 붉은 눈 글썽이며 떠도는 잠귀, 밝은 짐승이 산다 -『문학과창작』 2022-봄(173)호 이희섭 시인 / 김포세무서 거침없이 달려드는 겨울의 속도를 미처 피하지 못하고 여자는 먼 곳으로 떠났다 작은 틈을 비집고 들어온 희고 찬 씨앗이 한 삶에 뿌리내려 죽음을 움켜쥐고 있었다 흐린 향기를 머.. 2023. 4. 26.
성은주 시인 / 다이빙 외 1편 성은주 시인 / 다이빙 당신이 날 사랑하지 않는다는 걸 안다 어둠 속에서 살갗이 스치고 조금씩 식어 가는 귀퉁이가 만져지고 아무 대답 없이 늘 잔잔한 얼굴로 나를 걸어 두는 당신 허공에서 펄럭이는 기분을 드문드문 새들이 읽어 준다 높으면 높을수록 당신에게 깊게 파고들어 갈 수 있겠지 누구도 말릴 수 없는 높이에서 차가운 마음에 발목을 걸고 세상을 뒤집는다 그걸 지켜보는 사람들이 대단하다며 당신을 향한 내 떨림을 올려다본다 원한다면 더 올라갈 수 있어 언제라도 짜릿하게 뛰어내릴 수 있으니까 젖은 머리카락은 말려 주지 않아도 돼 성은주 시인 / 지진처럼 꽃피다 사라진 우린 서로 이름을 부르지 않는다 버려진 상처의 속도만 기억할 뿐 출발선에서 신발을 챙기고 오래된 지도를 꺼내 보았는데 발자국으로 표시된 자리마.. 2023. 4. 26.
박경리 시인 / 옛날의 그 집 외 1편 박경리 시인 / 옛날의 그 집 ​ ​ 빗자루병에 걸린 대추나무 수십 그루가 어느 날 일시에 죽어 자빠진 그 집 십오 년을 살았다 ​ 빈 창고 같이 휭덩그레한 큰 집에 밤이 오면 소쩍새와 쑥국새가 울었고 연못의 맹꽁이는 목이 터져라 소리 지르던 이른 봄 그 집에서 나는 혼자 살았다 ​ 다행히 뜰은 넓어서 배추 심고 고추 심고 상추 심고 파 심고 고양이들과 함께 정붙이고 살았다 ​ 달빛이 스며드는 차가운 밤에는 이세상 끝의 끝으로 온 것 같이 무섭기도 했지만 책상 하나 원고지, 펜 하나가 나를 지탱해 주었고 사마천의 생각하며 살았다 ​ 그 세월, 옛날의 그 집 나를 지켜주는 것은 오로지 적막뿐이었다 그랬지 그랬었지 대문 밖에서는 늘 짐승들이 으르렁거렸다 늑대도 있었고 여우도 있었고 까치 독사 하이에나도 있었.. 2023. 4. 26.
이초우 시인 / 해체 외 1편 이초우 시인 / 해체 검은 구름 알을 슬면 그 알들 지상으로 내려온다 내려오던 영롱한 알 어린 아이들처럼 옹기종기 모여 잠시 언덕 같은 공중에 머물며 부식돼 가는 상현달 바라보고 경배를 한다 두둥실 떠 있는 찬란한 황금달 무쇠 같은 두꺼운 달의 껍질이 푸석푸석 검붉게 마모돼 간다 어머니로부터 몸의 연을 끊은 탯줄 자국 보일 듯 말 듯 그 마른 자국 머리에 이고 달에게 받은 그림자로 제 몸 만들어 아래로아래로 하강하는 어린 물방울들 *에스프리;나의 시_이초우>에서한 구절/"지금의 내 시는 나름의 텍스트를 만들어 놓은 이초우 시인 / 황홀한 도넛 나는 하품을 하다 고개를 책상 위 손등에, 뻘떡, 주방 서랍에 있는 담배 두 개비를 가져왔지 다시마 젤리, 그리고 땅콩사탕 내 생의 3모작, 하지만 새끼들 거느린 .. 2023. 4. 25.
이학성 시인 / 밀봉 외 2편 이학성 시인 / 밀봉 아우르던 내 벗들은 모두 떠났다. 남겨진 자의 책무는 記錄, 그래서 매일 밤 밀서를 새긴다. 쓰다만 말들로 청승맞은 술병을 달랜다. 만나지 못하여 서운하련가, 한때는 지독하게 아름다웠노라. 누굴 대신 증인으로 세우겠는가. 그러니 기록은 케케묵은 밀봉으로 남겨지리라. 천천히 서두르며 따르고 있다. 앞서는 이들아, 돌아다보지 말라. 이학성 시인 / 경우境遇 둘은 다정한 연인사이 같았다. 자리를 나란히 차지하고 앉아서도 쥔 손을 놓지 않았고 서로에게도 할 말이 많아 보였다. 사랑의 수렁에 빠진 이들은 닮아간다 하던가. 그래서인가 흡사하게 빼닮은 두 얼굴은 금방 주위의 이목을 끌었다. 그럴 때다. 콩깍지가 눈에 씌어 상대방 말곤 아무것도 보이지 않을 때 그러니 앞에 선 노인을 놓치고 말았다.. 2023. 4. 2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