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 안드레아의 십자가형 (The Crucifixion of St. Andrew, 1610)> 카라바조(Michelangelo da Caravaggio, 1573-1610) 지영현 신부 (가톨릭미술가협회 지도신부)
전해오는 ‘성 안드레아의 기적’ 이야기는 이렇습니다. 성 안드레아는 귀족 부인을 그리스도교로 개종시키려다 로마군에 체포되어 십자가형을 받았습니다. 그러나 시민들이 몰려와 처형을 멈출 것을 청원하여 십자가형이 취소되었고, 사형집행인이 성 안드레아의 십자가에 묶인 밧줄을 풀러 다가갔습니다. 그러나 성 안드레아는 스승 예수처럼 자신도 십자가에 달려 죽을 수 있게 해달라는 기도를 하느님께 간절히 봉헌하였습니다. 그 순간 하느님께서 그 기도를 들어주시어, 놀라운 기적이 일어났습니다. 십자가 틀에 묶인 밧줄을 풀려고 다가갔던 사형집행인의 손이 마비되고 만 것입니다. 결국 성 안드레아는 자신이 바친 기도대로 십자가에서 예수 그리스도처럼 순교하였습니다.
카라바조는 죽음 앞에서 피하지 않고 그리스도를 닮아 십자가에 매달려 순교하는 성 안드레아의 모습을 생생히 그리고 있습니다. 삶의 마지막 순간에 성 안드레아는 하느님을 희망하고 스승인 그리스도를 기억합니다. 그리고 신앙을 고백하며 예수 그리스도처럼 죽기를 원합니다. 카라바조는 십자가에 매달린 성 안드레아를 향해 한 줄기 빛을 비추어 하느님의 따뜻한 구원의 손길이 그를 감싸고 있음을 보여줍니다. 카라바조는 관객으로서 십자가 밑에서 성 안드레아를 바라보는 것이 아니라, 십자가에 매달린 채 하느님을 희망하며 기도하는 성 안드레아가 바로 자신임을 고백합니다.
삶의 마지막 때에 하느님을 알아 뵙고 그분께 자신을 내어 맡길 수 있는 용기는 특별한 은총이며 축복입니다. 카라바조는 성 안드레아의 기적 이야기를 통해 바로 자신을 비추고 계신 그분을 만났습니다. 그래서 그 또한 성 안드레아와 함께 십자가에 매달리며 하느님께 신앙을 고백합니다. 오늘 이 작품을 묵상하며 그리스도인이란 ‘그리스도와 함께 죽고, 함께 묻히는 사람들’이라고 하신 사도 바오로의 말씀을 떠올려 봅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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