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룩한 변모 (부분) - 작가미상
6세기, 모자이크, 산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 성당, 라벤나
[말씀이 있는 그림] 십자가 형상
산 아폴리나레 인 클라세(San Apollinare in Classe) 성당은 이탈리아 북동부 라벤나 근교 항구인 클라세에 있다. 이 성당은 6세기에 은행가 율리아누스 아르젠타리우스의 후원으로 우르시키누스 주교 때 공사를 시작하여 막시미아누스 주교에 의해 축성되었고, 라벤나의 초대 주교인 성 아폴리나레에게 봉헌되었다.
성당 앱스(apse, 성당 제단 끝에 있는 반원형 또는 다각형 공간) 반원형 돔의 윗부분에는 예수님의 영광스런 변모의 장면이 모자이크로 장식되어 있다. 천상에 비유되는 앱스는 미사와 전례에서 신자들의 시선이 집중되는 중심적인 공간이었다. 따라서 권좌에 앉아 계신 그리스도, 십자가, 그리스도의 변모 등 신성이 드러나는 이미지로 장식되곤 했다. 이 십자가 역시 ‘거룩한 변모’를 주제로 삼은 모자이크 작품의 일부분이다. 자주색 띠로 둘러싸인 커다란 원반의 중심에는 십자가가 그려져 있고, 십자가의 가로축과 세로축이 교차한 중심에 위치한 작은 메달리온 안에는 긴 머리에 수염을 가진 예수 그리스도의 흉상이 그려져 있다. 십자가는 그리스도의 수난, 고통, 죽음이 아니라, 그리스도의 권능의 힘과 위대한 표상으로 영광과 승리에 중점을 둔 것이다. 또한 십자가 주변은 푸른색 바탕 위에 반짝이는 무수한 별로 둘러싸여 있다. 이것은 십자가가 우주의 중심임을 보여주는 요소이다. 니사의 성 그레고리오는 “공중에 매달린 십자가의 방향은 그리스도의 범 우주적인 권능을 나타낸다. 이는 참으로 하느님의 섭리가 아닐 수 없다. 중앙에서 아래로 향한 부분은 깊이를, 위로 향한 부분은 높이를, 그리고 좌우로 향한 부분은 넓이와 길이를 의미한다. 높이는 천상의 것을 의미하고 깊이는 지상의 것을 뜻한다. 그리고 길이와 넓이는 중앙에서 가장 멀리 떨어져 있는 것을 말하는 것으로, 천상과 지상을 통틀어 신성에 의해 존속하지 않는 사물이란 결코 없다는 사실을 말하는 것이다.”
또한, 오른쪽과 왼쪽이 십자가의 두 직선을 통해 하나로 만나며 한 점으로 모여들기 때문에 통합(統合)과 조화(調和)의 개념도 가지고 있다. 더욱이 지상과 초자연적인 세계가 십자가로 연결되어 통교의 선(線)을 상징하기도 한다. 십자가 세로축 위에는 그리스어 약자 ‘익투스(ΙΧθΥΣ)’가 새겨져 있고 반대로 아래에는 ‘살루스 문디(Salus Mundi)’라는 문구가 써져 있다. 익투스는 초기 그리스도교인들이 사용하던 신앙고백인, ‘하느님의 아들이자, 구원자 예수 그리스도’라는 의미를 지닌다. 살루스 문디는 ‘세상의 구원’을 의미한다. 십자가의 가로축 양쪽에는 그리스 알파벳 첫 자와 끝 자인 ‘알파와 오메가’가 보인다. 그리스도가 만물의 시작과 끝이 됨을 뜻한다. “나는 알파이며 오메가이고 처음이며 마지막이고 시작이며 마침이다.”(묵시 22,13)
성 히에로니무스가 “헤엄치는 사람은 십자가의 모습을 하고 앞으로 나아간다.”고 말했듯이 삶의 바다에서 우리의 몸은 십자가의 형상을 만들어야 할 것이다.
“나는 그리스도와 함께 십자가에 못 박혔습니다. 이제는 내가 사는 것이 아니라 그리스도께서 내 안에 사시는 것입니다.”(갈라 2,19-20)
[2014년 9월 14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