본문 바로가기
<가톨릭 관련>/◆ 성화 & 이콘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포옹 - 작가미상

by 파스칼바이런 2014. 9. 27.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포옹 - 작가미상

12세기, 모자이크, 몬레알레 대성당, 시칠리아

 

 

[말씀이 있는 그림] 일치와 화합의 포옹

 

시칠리아의 팔레르모 주에 있는 몬레알레(Monreale) 대성당은 노르만 · 비잔틴 · 시칠리아 양식을 모두 종합한 12세기 모자이크 장식으로 이탈리아에서 가장 아름다운 교회로 유명하다. 성당 벽을 모두 장식한 모자이크는 예수님의 기적과 생애,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생애를 주제로 담고 있다.

 

모자이크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의 포옹’은 베드로와 바오로의 생애 가운데 한 장면이다. 오래된 전승에 따르면, 사도 베드로와 바오로는 순교를 당하기 전에 로마의 성 바오로 대성전에서 얼마 떨어지지 않은 곳에서 서로를 축복하면서 포옹했다고 전해진다.

 

베드로와 바오로의 이미지는 모자이크 작품에서도 보이는 것처럼 1세기 이후부터 커다란 변화 없이 지속되어 왔다. 베드로는 대개 짧은 흰 고수머리에 짧은 흰 수염을 지니고 얼굴에는 주름이 많은 사람으로 묘사된다. 반면 바오로는 가문이 좋고 고급 학문을 배운 상류층 학자 출신답게 귀족적인 용모에 적은 머리숱에 길고 검은 수염을 기른 사람으로 묘사된다.

 

모자이크 바탕에는 “여기, 바오로는 로마에 도착하고 베드로와 평화의 인사를 나눈다.”라는 글이 쓰여 있다. 예수님의 사도들 가운데 대표적인 두 인물인 베드로와 바오로의 최후의 만남이 이루어지고 있다. 그들 각각의 후광 위에는 ‘성 베드로’와 ‘성 바오로’의 이름이 새겨져 있다. 비잔틴 이콘에서 이름을 표기하는 것은 묘사된 인물들에게 신성을 부여하는 것이다. 그림에서 바오로(왼쪽)와 베드로(오른쪽)가 포옹하고 있는 동작은 매우 강한 인상을 전한다. 둘은 부둥켜안고 마치 날아가는 것 같지만 그들의 다리는 거의 뛰는듯하다. 두 사도의 얼굴은 초기 그리스도인들이 평화를 빌며 인사를 나누던 방법으로 서로 볼을 맞대고 있다. 베드로와 바오로가 부둥켜안은 팔과 어깨의 모양은 하나의 심장 형태를 이룬다. 두 사도의 마음이 하나로 일치되는 순간으로, “그분의 이름으로”, “마음을 모아” 하느님을 찬미하는 친교의 공동체가 형성되고 있다. 강렬한 포옹은 그리스도인 공동체의 일치와 화합, 상호 사랑의 표현이다.

 

베드로와 바오로는 ‘교회의 두 기둥’이며, 예수님을 위해 타오르는 ‘두 등불’로 초대교회의 지도자이며 순교자로서 교회의 초석이다. 베드로는 예수님 생전에 선택된 열두 제자 중의 수제자로서 유대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반면, 바오로는 예수님이 부활한 후에 선택된 인물로서 이방인들을 대상으로 복음을 전했다. 대조적인 베드로와 바오로이지만 두 사도의 공통점은 서로 도와서 그리스도의 교회를 건설하겠다는 한마음을 가졌고, 하느님께 자신들의 목숨을 마지막까지 제물로 봉헌했다. 하느님께서는 베드로와 바오로를 선택하여 교회의 초석이 되게 하셨으며 복음의 전도사로 삼으셨다.

 

“그들이 모두 하나가 되게 해 주십시오. 아버지, 아버지께서 제 안에 계시고 제가 아버지 안에 있듯이, 그들도 우리 안에 있게 해 주십시오.”(요한 17, 21)

 

[2014년 9월 7일 윤인복 소화 데레사 교수(인천가톨릭대학교 대학원 그리스도교미술학과)]